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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반생반사’…성장률 쇼크에도 반도체만 쳐다보는 한국 경제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우리나라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고꾸라지고 소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랍니다. 물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배웠듯 한국 경제는 수출주도형 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시장 1, 2위 인 중국과 미국이 서로 싸우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 된 점도 한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하루 차이로 발표한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사는데도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죠. 남 탓만 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과 재정투입을 양대 축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선 ‘J노믹스’가 사실상 좌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의 보완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2615A03 분기별 GDP 증감률 추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 찍은 GDP 성장률=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 ‘쇼크’라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0.3%였기 때문이죠. 1·4분기 성장렬은 시장의 전망과 달리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지난 2008년 4·4분기(-3.3%)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그래서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포함해 2.6%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목표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입니다. 한은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 수출과 투자 부진을 꼽았습니다. 1·4분기 수출은 -2.6%로 지난해 4·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 수출물량 측면에서는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여전히 수출 단가는 회복세가 더딥니다.

투자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습니다.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10.8% 감소하며 1998년 1·4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도 0.1% 감소하며 지난해 4·4분기(1.2%) 이후 1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수출과 투자가 내리막길을 걷는데 내수를 지탱해주던 정부지출마저 감소하면서 ‘역성장’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2%에서 -0.7%로 떨어졌다”며 “정부소비가 지난해 4·4분기 3.0%에서 올 1·4분기 0.3%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4·4분기에는 추경 효과가 수출 부진을 상쇄했다면 올해 1·4분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민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는데 정부의 재정으로 경기를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2.6% 달성 가능할까? 결국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2.5%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집니다. 추경을 포함한 성장률 전망치는 2.6% 입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분기 성장률을 0%로 가정하고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며 “1·4분기가 -0.3%를 기록한 만큼 정부의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았지만 반도체 수요 회복세가 더딘데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제거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성장률 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며 “결국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면서 수출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후의 방편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시장에서는 올해 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빠르면 올해 4·4분기, 늦으면 내년 1·4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1·4분기 GDP 성장률 쇼크를 고려할 때 10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이후인 11월 중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이주열(가운데) 한은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앞서 은행장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도체 회복만 기다리는 정부=암울한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정부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기는 심리라는 측면에서 경제 컨트롤 타워가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적인 근거가 반도체의 회복을 기다리는 ‘희망’이 사실상 전부라는 것은 다소 우울합니다. 1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는 지난 오전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1·4분기보다는 2·4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당장 정부가 쓸 카드가 없겠지만 실물경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는 역성장의 원인으로 △세계 경제 둔화 △기업투자 부진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1.0%)에 따른 기저 효과 등을 꼽으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부의 책임감을 드러내거나 대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란 ‘상저하고’가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정부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의 공급과잉이 올해 말까지 계속되면서 삼성의 반도체 시장 1위 자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올해부터 D램을 본격 공급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 자체가 떨어지는 추세”라며 “하반기에는 지금보다도 가격이 더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액 자체가 상반기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동물국회로 변해버린 국회가 추경을 언제 통과시킬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는 대내외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가 대외 여건에 크게 흔들린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가 미국과 중국 경기와 비동조화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경기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면서 경제 정책의 성과를 홍보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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