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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중 무역전쟁에서 알게 된 것

손철 뉴욕특파원





1년 넘게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다행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고질적 지식재산권 침해 행태를 꼬투리 잡아 시작한 무역전쟁은 단순하게 보면 미국이 중국에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사라고 대놓고 건 싸움이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약자라고 당하는 것만도 아니고 강자라고 아프지 말라는 법이 없어 양국은 지난해 12월1일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데드라인을 넘는 공방전 끝에 양측 경제수장은 이번주 워싱턴 대회전을 끝으로 무역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를 초조하게 했던 무역전쟁이지만 돌아보면 값진 교훈이 적지 않다. 한국에도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자유화와 세계화는 지구촌 곳곳에서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별 탈 없이 순항했다. 특히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의 지속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공기처럼 당연하면 찬밥 취급을 받듯 언제부터인가 자유무역은 누구나 비판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좋은 샌드백 신세가 됐다. 그런 자유무역의 가치를 살려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무역전쟁이다. 관세 폭탄과 수입 장벽 때문에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농민이 삶의 터전을 빼앗길 처지에 몰렸다는 전에는 볼 수 없던 뉴스들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면서 공기처럼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자유무역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 소비자들은 갑자기 오른 생필품 가격을 부담하면서 보호무역의 무서움을 잠시나마 체감했다. 자유무역이 완전무결한 경제 시스템은 아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그 의미와 중요성은 재확인된 셈이다.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새삼 그들의 국력과 위상을 비교하며 무게를 달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막판으로 접어든 무역협상 결과에서 보듯 승부의 추는 완전히 미국으로 기울어져 있다. G2가 벌인 싸움이 맞나 싶게 미국은 집요하게 요구하고 공격한 반면 중국은 막느라 정신이 없고 숨을 곳 찾기에 바빴다. 미국이 맺은 거의 모든 무역합의안이 그랬듯 중국 경제 수뇌부도 다음달 워싱턴을 찾아 항복문서 같은 협정문에 사인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정상회담의 형식을 빌리겠지만 백악관이든 마러라고든 방문해 먼저 뺨을 때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청하게 될 것이다.



10년 넘게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부상을 생각하면 이런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이것이 현재까지 세계 경제, 힘의 현실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만 한 해 400조원을 넘지만 무역뿐 아니라 제조·금융 등 세계 경제의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는 실상을 무역전쟁은 재차 전 세계에 각인시킨 셈이다.

무역전쟁이 끝난다고 미중 간 대립과 갈등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최대의 통신 업체인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나선 미국이 무역협상 타결과 함께 이를 풀어줄 기미는 없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사법 처리 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중단됐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중국 역시 화웨이 문제에서 미국과 또 굴욕적 협상을 하느니 자력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 봉쇄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란 원유 수입을 계속하며 미국과 맞설 태세다. 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의 패배를 거울삼아 최근 베이징에 세계 37개국 정상 등을 모아놓고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지속적 추진과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 또한 중국의 굴기를 더는 좌시하지 않고 경제는 물론 군사적 압박도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깝고 밀접한 두 강대국이 일대 격전을 마치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려 한다. 이때를 놓치면 더 이상 한국 경제를 착실히 추스를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한미·한중 양자 관계는 물론 한미중 3자 관계의 미래 전략도 종합적이면서 입체적으로 재점검할 때다.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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