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원고검 개청식 및 수원검찰청사 준공식에 참여한 박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이제 시대 상황이 변하고 국민 시각과 의식도 달라졌다”며 “검찰의 수사 관행은 물론 권한도 견제와 균형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이 견제와 균형에 맞다는 시각으로 지난 1일 문 총장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힌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회 수사권 조정 논의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실상 검찰의 반발을 질타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박 장관이 “검찰과 경찰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국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의 경우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당장 큰 이견이 없는 만큼 검찰에 비판의 칼날을 세운 셈이다. 또 박 장관은 “검찰은 경찰에 대한 각종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어 큰 틀에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해 전날 경찰 측에서 수사권이 조정돼도 검찰에 영장 청구권 등이 있어 사법통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것과 입장을 같이했다.
법무부는 정부에서 수사권 조정안을 확정할 당시부터 계속 검찰과 대척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이 문제 삼는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수사권 조정안은 앞서 법무부가 행정안전부와 합의한 안이다. 당시 검찰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문무일 패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법무부 측은 박 장관의 발언 이후 출입기자들에게 추가로 보낸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마련된 법률안(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 안을 거부하는 검찰과 반대 입장에 있음을 더욱 분명히 했다. 문 총장은 경찰에 정보기능이 있는 상황에서 1차 수사권까지 부여하면 독점적 권능이 부여되는 셈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시한 상황이다.
이처럼 법무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4일 조기 귀국하는 문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총장은 당장 오후 일정을 잡아두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자신의 발언 이후 정치권 등에서 파장이 커진 것에 대해 측근들에게 “절차가 아니라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사퇴 등 거취 표명보다는 자신의 발언 왜곡 등에 대한 해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항명 논란’을 부를 만한 공개 발언을 한 만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나온다. 하지만 임기가 2개월가량 남은 문 총장이 거취를 표명하더라도 현안을 풀어낼 해법이 되지 못하는데다 자칫 불필요한 논란만 키울 수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한편 이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행안부 외청인 경찰청 간의 갈등이 재점화한 것과 관련해 “소통을 잘 해서 합의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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