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기고문을 통해 ‘신한반도 체제’를 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7일 공개된 기고문에서 “그동안 제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일은 한국의 국민들이 휴전선 그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 것”이라며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넓어진다는 것은 곧 이념에서 해방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상상력도, 삶의 영역도, 생각의 범위도 훨씬 넓어져서 그동안 아프게 감내했던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FAZ에 기고한 원고지 90장 분량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평범함의 위대함(부제: 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는 ▲광주와 촛불혁명 및 포용국가 ▲3.1 운동 정신과 민주주의 ▲평화와 신한반도 체제의 의미와 ▲포용적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생각 등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남북 문제를 이념과 정치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의 문제는 이념과 정치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평범한 국민의 생명과 생존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바로 항구적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한은 작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통해 서로 간의 적대행위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의 첫번째 단추를 채웠다. 동시에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문제와 함께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반도 체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를 ‘한반도의 지정학적 대전환’이라 정의하며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섬과 대륙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만드는 일”이라 말했다. 작년 4월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한국전쟁 이래 남한 땅으로 처음으로 넘어온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서로 간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로 일군 평화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져 평화를 더 공고히하는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의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시작으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 공동체와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 등 대외 경제 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 경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혁명’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단 한 번의 폭력사건 없이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3월 헌법적 가치를 위반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1980년 광주가 2017년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던 것”이라며 “지금의 한국 정부는 촛불혁명의 염원으로 탄생한 정부다. 저는 한시도 ‘정의로운 나라, 공정한 나라’를 원하는 국민의 뜻을 잊지 않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정의로운 국가의 책임과 보호 아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촛불혁명이 염원하는 나라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지금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하며 누구나 돈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을 위해 달려가고 노후에는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있다”며 “포용국가는 사회경제체제를 포용과 공정, 혁신의 체제로 바꾸는 대실험이다.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기고문은 FAZ 출판부가 5월 말께 출간할 기고문집에 실릴 예정이다. FAZ 출판부는 약 5년에 한 번씩 전세계 주요 정상, 재계 지도자, 종교계 주요 인사들이 기고문집을 발간해왔다. 문 대통령의 이번 기고는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21세기를 위한 아젠다:도전으로서의 미래’,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21세기를 위한 아젠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길, 정치와 경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력자의 말’,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혁의 시대’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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