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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2019] "논문·특허 질적으로 취약" 80%...R&D, 실제 사업으로 연결 안돼

■과학기술인 120명 설문

"기술이전료 해외보다 부족" 60%

"성과 나오려면 축적의 시간 필요

실패 인정하는 문화 조성" 지적





미국 대학은 바이오·생명과학 분야에서 블록버스터급 지식재산권(IP)이 많다. 지난 2015년 프린스턴대가 1억4,200만달러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창업한 기업의 연 매출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갑절이 넘는다. 반면 우리 대학(전문대 포함 418곳)은 2017년에 774억원의 기술이전 수입으로 프린스턴대의 절반에 그쳤다. 기술이전 1위인 서울대가 42억원, 2·3위인 고려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37억원과 36억원에 머물렀다. 연구자 보상(417억원)을 제외하고도 대학의 특허 출원·유지·등록 비용에 651억원이 소요돼 실익이 없는 셈이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인용이 많이 되는 임팩트 팩터 높은 논문을 쓰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사회와 소통하도록 장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과학기술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수입도 지난해 총 957억원에 달했으나 기술이전료를 연구자와 나누고 특허 비용을 빼면 역시 남는 게 없다. 과거 국가 과학기술을 선도하던 출연연은 이제는 민간 부문을 선도하지 못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실정이다.

실제 본지가 14일부터 사흘간 서울시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9’를 앞두고 대학·출연연·기업의 교수와 연구원 120명을 대상으로 지난 8~10일 실시한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국가 R&D 혁신 방안’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반영됐다. 연구자 스스로 논문·특허가 질적으로 취약하고 산업화 성과도 태부족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윤병동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대학에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가 너무 많고 산업화되는 것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연구자 중 일부는 R&D 투입에 좀 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정부는 20조5,000억원의 정부 R&D를 대학·출연연·기업에 투입한다.

우선 ‘정부 R&D 결과 논문과 특허는 많이 나오는데 질적으로 취약하다’는 데 80%의 연구자가 동의했다.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의 한 회원은 “연구자 생애 초기 단계에 양적 확보를 못하면 탈락해 질적 연구를 꾸릴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학과 출연연의 기술이전료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에 지원하는 R&D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에도 각각 60%와 절반의 연구자가 동의했다.



하지만 연구자의 60%가 ‘R&D 투자에서 축적의 시간이 부족해 성과가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정부가 30년가량 R&D에 본격 투자했는데 축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과학자들은 “성과가 나오려면 일정 기간이 필요한데 지원도 최대 9년이고 과제 평가도 충분한 여유 없이 이뤄진다”고 호소했다. 물론 일부 연구자는 “축적의 시간이 연구자의 핑곗거리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이공계 교수는 “연구 주제가 선진국의 것을 모방하고 유행에 휩쓸린다. 정년 보장을 위해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이후에도 국제 공동연구가 부족해 질을 높이기 어려운 게 대학가의 자화상”이라고 고백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출신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 R&D의 기획·심사·평가 수준을 대폭 높이고 성실실패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융합을 통해 국가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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