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4일 서울 지역을 시작으로 오존주의보 발령이 잇따르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올라가는 초여름 수준의 이른 더위와 강한 햇빛 때문이다. 오존주의보는 권역 내 1개 이상의 지역에서 시간당 대기 중 오존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은 여름에 주로 나타나던 고농도 오존이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봄부터 가을인 9월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오존 농도가 높다는 것은 ‘피부·눈의 적’인 자외선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구와 태양 간 거리가 짧고 한여름에 비해 자외선 차단막 기능을 하는 대기 중 수분도 적어 1년 중 자외선 양이 가장 많은 시기(5월 말~6월 말)가 코앞이다.
◇“외출 후 기침·호흡곤란 증상 땐 즉시 병원으로”=오존(O₃)은 자동차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NOx),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용매로 쓰는 톨루엔·자일렌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쓰는 에틸렌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햇빛의 강한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며 광화학 스모그 등을 일으킨다. 오존주의보의 76%가 주로 오후 2~6시 사이에 집중되는 이유다.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 희미한 청색 기체로 미세먼지와 달리 ‘보건용 마스크’로 막지 못한다. 강력한 산화·살균 작용으로 공기·물의 정화, 탈취·탈색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미량일 때는 인체에 해가 없으나 주의보 단계인 0.12ppm 이상의 오존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눈·코에 자극을 느끼고 메스꺼움·소화불량·두통·불안감과 함께 기침이 잦아질 수 있다. 노출시간이 길어지고 빈번해질수록 이런 증상이 심해지고 폐활량이 감소하며 호흡곤란·시력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호흡기나 심장 질환자가 고농도의 오존에 장시간 노출되면 증상이 갑자기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과격한 실외운동을 피하고 유치원·학교는 실외학습을 중단해야 한다. 호흡기 환자와 노약자·어린이 등은 실내에 있는 것이 좋다. 한민수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2시간 동안이라도 고농도의 오존을 흡입하면 이후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 여러 날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고농도 오존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출 후 기침·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기간에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으면 선천성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환경보건센터 교수팀이 2008~2013년 출생자를 분석해보니 임신 중기(4~7개월)에 상위 55% 중앙값의 오존 농도에 노출된 경우 하위 50% 중앙값 농도에 노출된 아기에 비해 선천성 기형 위험이 비뇨기계 및 내분비계·대사 질환은 11.7%, 갑상선기능저하증은 9.7%, 근골격계는 7.1%, 순환기계는 5% 높았다.
◇강한 자외선, 피부와 눈에 노화·변성·염증 초래=고농도의 오존과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된 피부는 노화가 빨리 진행되고 거칠어지며 각질이 두꺼워진다. 색소가 증가해 얼룩덜룩하고 칙칙해 보이며 기미·주근깨·잡티가 많이 생기는 등 ‘광(光)노화’가 일어난다.
또 모자·선글라스 없이 강한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눈은 각막·수정체·황반(시각세포가 밀집한 망막 중심부) 변성과 노화가 빨라진다. 눈의 각막 상피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는 광각막염은 눈부심, 눈물 흘림, 통증을 동반한다. 강한 자외선 노출이 누적되면 수정체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안개 낀 것처럼 혼탁해지는 백내장, 중심 시야가 흐려지고 휘어져 보이는 황반변성의 진행을 재촉한다. 오존 농도가 0.003ppm 높아질 때마다 안구건조증의 위험이 1.16배 증가하고 각막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따라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되거나 자외선 양이 많은 오전10시~오후2시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챙이 넓은 모자, 자외선차단제로 코팅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콘택트렌즈, 짙은 눈화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 권영아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선글라스는 눈동자가 들여다보일 정도로 가벼운 색조(색상 농도 75~80%)가 가장 권장할 만하다”고 했다. 정태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라섹·라식 등 각막굴절교정 수술을 받은 뒤라면 각막혼탁·근시 재발을 막기 위해 수개월간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등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물을 하루에 1ℓ 이상 마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오존 성분이 쌓이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존주의보가 연일 지속되면 땅콩·호두·잣·녹색채소 등 비타민E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피부노화 등의 방지에 도움이 된다. 정경은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오존 농도와 자외선 지수가 높으면 햇빛이 옷감 사이로 침투할 수 있으므로 헐렁한 옷,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며 “외출 후에는 꼼꼼하게 얼굴을 씻어 오존을 꼼꼼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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