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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검사가 뛴다] 김종범 부장검사 "관세범죄, 수사만큼 신속통관도 고려해야"

■ 전문검사가 뛴다

밀수·관세수사 제1 원칙은 '균형'

교역 늦어져 기업들 피해 없어야

단순 관세범은 처벌수위 조정 필요

국내 유일 관세분야 '블루벨트'

실무 매뉴얼 만들어 배포하기도

김종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 /성형주기자




“현재 밀수나 관세포탈 범죄에 대한 우리나라 처벌법은 자국 산업 보호가 최우선 목표였던 과거 산업화 시절에 멈춰 있습니다.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에 맞도록 처벌 수위를 조정하고 관세수사 방식도 교역 활성화를 방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관세 형법은 경제구조가 취약했던 과거 기준에 맞춰 엄격한 통관관리 일변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재는 대외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무역규모의 약 70%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관세 수사 관행도 변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가중처벌 대상의 범죄금액 하한선을 높이고 신속통관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서울경제가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은 관세 분야에서 블루벨트(공인전문검사 2급)를 받은 국내 유일의 관세범죄 전문검사다. 지난 2016년 인천지검 외사부장에 부임한 김 부장검사는 1년 7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최대 물류허브인 인천 관세범죄 수사를 총괄했다. 대규모 금괴 밀수 사건과 비아그라 해상 투척 사건, 전직 세관장이 연루된 밀수 사건 등 굵직한 관세범죄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인천지검뿐 아니라 중국 교역이 많은 전주지검 군산지청과 수원지검 등지에서 조세·관세 수사를 전담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관세형사법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검찰청에 배포할 만큼 관세 수사분야 최고로 손꼽힌다.

관세 수사를 ‘경제국경을 지키는 것’으로 정의하는 김 부장검사가 제1일 원칙으로 삼는 것은 ‘균형’이다. “모든 서류와 화물을 전수조사해 촘촘히 적발하면 좋겠지만 관세 분야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검사가 위법행위 근절에만 몰입하다 보면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신속 통관의 원칙을 훼손할 수가 있어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기업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관세범 적발을 위해 교역물건을 하염없이 창고에 보관해 통관이 지연된다면, 수출·수입기업에게 계약 파기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게 된다. 경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항구·공항의 신뢰도가 떨어져 물류허브로서 경쟁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김 부장의 생각이다. 수사검사가 관세범을 수사할 때 신속통관과 범죄적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전에는 외국에서 값싼 전자제품 등이 불법으로 들어와 우리 산업이 붕괴할 위험이 컸다면, 지금은 교역 활성화로 얻는 무역 수익을 커 이를 훼손하지 않는 수사기법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특히 국민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시대적 흐름에 맞게 과중한 관세범죄 형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세관과 공조해 항공권 거래 추적으로 금괴를 항문에 넣어 밀수출입한 조직을 적발해 총책 6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45명을 입건했다. 이들이 운반한 금은 2.3t(범죄금액 약 1,135억원 추정)으로 그간 국내에서 적발된 금괴 밀수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김 부장은 이들 운반책의 직업이 보험설계사, 무당 등 대다수가 용돈 벌이를 위해 단순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었다고 회상하며 “건당 30~40만 원의 푼돈을 받고 금괴를 밀수한 보따리상 아줌마들도 밀수의 공범으로 분류돼 기소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밀수액의 2~10배에 해당하는 수십억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해 죄질에 비해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현행법상 5,000만원 이상 관세포탈이나 2억원 이상 밀수 범죄는 일괄적으로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일반 형법과 달리 특가법으로 가중처벌되는 관세법은 무조건 벌금을 병과하게 돼 있어 징역형과 벌금형 또는 몰수추징이 함께 선고된다. 김 부장검사는 “벌금도 특가법에 해당하면 밀수액의 배액으로 선고되다 보니 검사나 판사 재량의 폭의 상당히 좁다”고 우려했다.



김 부장은 첨단화되고 있는 관세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정확한 범죄정보는 물론 세관과 국정원 등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로 국소부위를 도려내는 ‘핀셋’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세 범죄는 내·외국 조직이 연결된 국제 범죄가 많고 영리 목적이 강해 상습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유관 기관의 협조가 핵심이다. 국정원에서 밀수 등 범죄 정보를 파악하고 수사망을 좁혀가는 과정에서는 세관과 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의 협업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관세범죄는 정보기관의 범죄 첩보에서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초동수사부터 특사경이 검사의 지휘를 받고 협업해 움직여야 한다”며 현재는 수사 지휘체계가 비교적 잘 정비돼 있지만 공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야 빈틈없는 국경관리 수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앞으로 관세 수사에서 보강해야 할 방향으로 외국환거래 분야 수사를 통해 국부 유출을 방지하는 분야를 꼽았다. 과거에는 포탈한 세수를 처벌을 통해 회수해오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제는 돈이 불법적으로 해외에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첨단 수사체계를 갖추도록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환전, 일명 ‘환치기’ 등의 불법 외환거래가 고도화되는 추세가 이를 반증한다는 게 김 부장의 판단이다. 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해외 직구가 활발해지면서 개인 수출입이 늘어난 점도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지적했다. 김 부장은 “인천공항에 2016년부터 특송물류센터를 개설해 세관에서 집중적으로 화물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해외 직구가 폭증한 만큼 향후 마약 등 불법 의약품이나 먹거리가 유입되지 않도록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he is

△1970년 전북 임실 출생 △1989년 전주고 졸업 △1997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1996년 38회 사법시험 합격 △1999년 사법연수원 28기 수료 △1999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검사 △2006년 서울동부지검 특수전담 검사 △2010년 부산지검 강력부 검사 △2010년 국민권익위원장 법률자문관 △2011년 부산지검 부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 △2013년 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검사 △2014년 광주지검 특수부장검사 △2015년 수원지검 형사4부장검사 △2016년 인천지검 외사부장검사 △2018년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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