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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제조업르네상스]AI 등 신산업비중 2배 늘렸지만...규제완화 빠져 '허탈한 로드맵'

스마트공장·청정산단 확대 등 기존정책 나열이 대부분

獨 '인더스트리 4.0'· 中 '제조2025' 비해 구체성 떨어져

"최저임금 등 근본적 전환 없으면 구두 신고 발 긁는 격"





정부가 19일 2030년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마련해 발표한 데는 제조업이 정체기로 들어섰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450만개의 일자리가 나오는 한국 경제의 심장이다. 현재 제조업계는 4차 산업혁명, 무역질서 재편 등 대외환경 변화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환경규제 강화 등 연이은 정부의 기업 옥죄기 정책이 뒤엉키면서 탈진 상태에 다다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엄혹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외 선진국들의 경제 돌파구가 되고 있는 장기 제조업 전략을 제시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도약이냐 정체냐, 지금 우리 제조업은 중대 갈림길에 있다”고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을 살펴본 경제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은 “가장 절실한 규제 완화는 쏙 빠졌다” “기존에 나왔던 정부 대책을 다시 나열한 수준이다”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의 비전 제시에도 실물경제의 플레이어들은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 없이는 10년간 열심히 뛰어도 제조업의 부활은커녕 제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는 암울한 목소리가 여전한 것이다.

이날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구조 혁신 △신산업 육성 △산업생태계 개편 △정부 역할 강화 등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산업구조를 탈바꿈하기 위해 제조업의 스마트화, 친환경화에 나선다. 2030년까지 스마트 산업단지 20개를 조성하고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마련해 AI 팩토리 2,000개 구축에도 나선다. 철강, 뿌리 사업장에 클린팩토리를 도입해 스마트 공장과 유사한 모델로 확산시켜나가고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많은 주요 산단은 청정제조산단으로 탈바꿈시킨다.

신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선다.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에 정부가 8조4,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입하는 등 민간에서만 180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데 정부가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철강·디스플레이·섬유 등 기존 주력산업은 고부가 철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 유망품목 육성을 통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제조업의 허리라 불리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에도 매년 1조원 이상의 집중 투자가 이뤄진다.

이와 더불어 현재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5조원까지 확대해 상시적 사업재편과 기업 구조 혁신을 촉진한다. 올해 중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을 세워 산업단지를 신산업 창출과 제조업 혁신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도 제시됐다. 이 밖에도 수출 지원 강화를 위한 제조 중소·중견기업·스타트업 전용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제조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초대형 민간 펀드’도 만든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 투자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첨단기술, 신산업, 위기·낙후 지역 등 지방투자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제조업 비전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구두를 신고 가려운 발을 긁는다’는 뜻의 격화소양이라고 평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에 나왔던 육성·지원책이 반복된 수준인데 기업들이 정말 가려워하는 부분은 노동·환경 분야 등의 규제 타파”라며 “정부가 제시한 당근책들을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의 정책 인프라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원도 “자동차만 보더라도 이미 나온 대책이 있지만 기업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며 “당장 은행에 가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선진국들이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내놓은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중국의 ‘제조2025’ 전략 등과 비교해 무게감이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각국이 제조업에 대해 최고 지도자가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발표하고 또 그것을 다루는 여러 가지 협의체가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전략은 중국의 ‘제조2025’ 등과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또 “앞으로 비전과 전략 하에 업종별 정책들이 나올 텐데 그때 일자리의 숫자나 투자 규모, 금융 지원 규모 등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산업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 친환경, 융복합을 거론하는데 죄다 공허한 단어를 나열하고 있다”며 “좋은 단어들이지만 산업별로 유망한 미래를 좀 더 구체화해서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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