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일요일에 학원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산하기관인 교육정책연구소는 향후 5개월간 일요일에 학원을 쉬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2008년 교육 당국이 오후 10시 이후 학원의 심야 교습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일요일에 학원 수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학원 일요 휴무제’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지만 교육업계와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 여론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학원 일요 휴무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제기하는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숲이 아닌 나무만 본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현재 교육제도의 목표는 대학을 잘 보내는 것”이라며 “이렇게 일차원적인 정책을 시행해도 입시경쟁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교육 제도 자체에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러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학생들만 힘들어진다”고 비판했다.
사교육을 제한하는 것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학원 일요 휴무제’와 관련한 SNS 게시글에는 “교과 범위를 계속 줄이다 보니 한정된 범위 내에서 수능의 난이도는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저렴한 공교육으로 사교육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은 5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방과후학교 이용 총액은 9,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917억원 감소했다. 참여율은 51.0%로 전년 대비 3.7%p 하락했다. 특히 교과 프로그램 전체 참여율이 33.8%로 전년보다 4.1%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면서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근 대학 입시에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수시 전형과 관련해 “교육 당국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비롯한 수시 전형 비중만 계속 높이다 보니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고스펙’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대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학원 일요 휴무제’ 시행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2008년 당시 10시 이후 학원 수업을 금지했을 때도 ‘학원가에서 커튼업체가 성행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오히려 이번 정책의 시행이 개인 과외 참여율을 높일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평촌 학원가에서 국어 학원을 운영하는 오 모 씨는 “서울시에서 앞장서면 경기도나 다른 시·도로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라며 “학원의 영업 자유를 침해하면서 불법 과외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앞선 보도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 사항은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 내에서 규제를 할 것인지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매끄러운 정책의 수립을 위해 학원의 일요 수업 실태는 어떤지, 일요 수업이 학생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책 수립 시 법령 개정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책 연구를 의뢰해놓은 상황”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러한 불만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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