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이 지난해 호황을 견인했던 중국 굴삭기 시장이 주춤하자 대형 장비 판매로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국내 업체들은 현금 판매를 늘려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신흥시장 개척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9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전체 굴삭기 판매량은 1만6,71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1만7,780대에서 6% 줄어든 것으로 전년 동월 대비 판매 대수가 감소한 것은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국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1.8% 줄어든 1,088대를, 현대건설기계도 같은 기간 20.9% 감소한 640대를 판매했다.
이에 기업들은 대형화·현금화·다변화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단순 판매 대수보다는 대형 장비의 수익성과 판매 유형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대형화 전략은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중국 내 대형(30~40톤급)·초대형 굴삭기(40톤 이상) 점유율은 오히려 각각 3.9%, 13.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120톤급 굴삭기 가격이 10억원이라면 1톤급 장비는 2,000만원 정도라 마진율에서 차이가 난다”며 “대형 장비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대형과 소형은 단가 차이가 큰데다 이익률도 대형 장비가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도 “대형 장비는 대규모 광산과 산림 등에서 쓰기 때문에 1~2대만 사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형 장비의 대량 판매를 늘리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1월 중국 네이멍구의 광산 회사인 몽신집단과 38~80톤급 굴삭기 36대의 공급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현금 판매’도 증가 추세다. 중국 업체들이 프로모션과 금융리스 등으로 판매 대수를 늘리고 있지만 오히려 현금 판매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KB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올 1·4분기 중국에서 판매한 굴삭기 중 전액 현금 판매 비중이 37%인 것으로 분석했다. 1년 내 판매대금의 60% 이상을 내는 고선수금 판매 비율은 9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 비중을 키우면 판매 대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불황 때 부실채권이 늘고 현금 회수가 어려워진다”며 “업황이 불확실할 때는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매출 비중은 약 29%, 두산인프라코어는 약 24%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등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아프리카 국가와 인도 등 잠재력이 큰 나라의 판매망을 다져놓으면 해당 지역에서 인프라 개발이 진행될 때 굴삭기 판매를 늘리기 쉽다. 10억달러 규모가 넘는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에티오피아가 대표적이다.
이를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건설기계는 아산병원과 연계해 신흥국 고객들을 초청,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메디컬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지난 3월 태국으로 아프리카 지역 딜러들을 초청해 미팅을 여는 등 신흥지역 판매망을 다지고 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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