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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다] "대통령이 '서비스로봇 활성화' 약속해도…현장공무원은 책임 회피할 구멍만 파"

■ 이병호 퓨처로봇 대표 인터뷰

특성상 연구개발비 부담 큰 데

기보 등 문턱 닳도록 가봤지만

기술가치보단 재무상태만 따져

일자리정책 프레임에 납품도 무산

이병호 퓨처로봇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서비스로봇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체감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정부의 립서비스 같아요.”

창업 이후 10년째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비스로봇 개발에 주력해온 기업인 퓨처로봇의 이병호 대표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로봇기업들이 오랜 기간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상용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해도 아직은 국내외에서 대량의 수요가 없는 서비스로봇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자금지원과 시장수요 창출이 필요한데 관련 정책기관들은 기존에 하던 대로 관행에 젖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국내 로봇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며 “저희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 전까지 기술보증기금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지만 내부 규정 운운하며 재무상태나 신용도만 따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기술기업으로서는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반면 시장을 뚫는 데 시간이 걸리니 재무상황이 좋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재정이나 신용도가 아니라 기술의 가치를 보고 기술기업들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높으신 분들께서는 많이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막상 현장 공무원들은 이미 자기들이 책임을 빠져나갈 구멍(핑계)을 다 파놓고서 우리 같은 기업들이 자금을 신청하면 도와줄 수 없는 이유만 되뇐다”고 전했다.



심지어 기업이 개척한 시장이 정부의 과도한 프레임 짜기식 정책으로 위협받기도 한다. 이 대표는 “저희가 일부 편의점기업에 지난해 AI 서비스로봇을 납품한 뒤 반응이 좋아 올해 해당 업체로부터 추가 납품 주문이 들어와 가격협상을 진행하던 중 유야무야됐다”며 “서비스로봇이 도입되면 정부의 ‘일자리 확충 정책’과 시각이 안 맞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어 (고객기업이) 포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비스로봇이 도입되는 매장에서는 단편적으로는 해당 현장 근로자 일자리를 빼앗는 듯 보일 수 있지만 로봇 납품업체의 매출 증가로 고용 여력이 늘어 로봇산업 및 유관 전후방 산업 분야에서 대체일자리가 생기는 점을 정부나 업계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현 정부의 코드와 맞는 복지 정책 분야에서마저도 소관 부처의 소극적 대응으로 로봇 보급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이 대표는 “노인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약 먹을 시간 등을 알려주고 일정시간 거동을 하지 않으면 119 등에 연락해주는 가정용 AI 로봇인 ‘효로’를 개발해 정부 바우처 사업의 형식으로 독거노인 가정 등에 지원해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해보려 했지만 복지부가 적극적이지 않아 진행이 잘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효로 보급사업에 문제가 있었으면 다른 곳에서도 거절했을 것이지만 (중앙정부와 달리) 서울시에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줘 진행이 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사이에 로봇산업의 내수 활성화가 지연되면서 퓨처로봇도 실적위기에 직면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장기업인 디지털옵틱이 50%의 지분을 인수해 1대 주주 역할을 맡았다. 2009년 창업했던 전임 송세경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2대 주주가 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 대표는 “한국의 로봇 상용화 기술은 일본보다 빠른데 정작 국내 로봇시장은 열린 지 3~4년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이런저런 규제로 실적을 키우기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저희를 비롯한 국내 로봇기업들은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현장 정책담당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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