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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자사고로 남는다...'전북교육청 판단' 뒤집어

교육부, 재지정 취소 부동의

안산동산·군산중앙, 폐지 확정

전북 전주의 상산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며 앞으로 5년간 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다툼과 함께 진보진영 내 교육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교육부는 박백범 차관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상산고에 대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전북도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지표는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평가 적정성도 부족하다”고 부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사고의 경우 사회통합전형으로 신입생의 일정 비율을 뽑을 의무가 없음에도 전북교육청이 이를 정량지표로 반영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상산고가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고입 기본계획 등에 명시하고 이를 승인한 뒤 기준을 상향해 평가한 점도 평가 적정성이 부족했다고 봤다. 교육부는 경기 안산동산고와 전북 군산중앙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에는 동의했다. 한편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에 전북교육청은 크게 반발하며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전북교육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결정으로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며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로 서울 및 부산 지역의 남은 9개 자사고에 대한 평가 결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8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동의 요청서를 보내옴에 따라 오는 8월1일 제2차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전북교육청이 재량권 남용”...서울 일반고 전환은 강행할 듯

[상산고 자사고 유지]

사회통합전형 평가만 문제삼아

“평가기준점 상향은 적법” 판단

내주로 예고된 서울권 지정취소

교육부, 얼마나 동의할지 관심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교육부의 안산동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동의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전북 상산고에 대한 전라북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동의 요청에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법령 위반’을 근거로 상산고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축소하면서 다른 평가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국정과제를 수행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 내부검토 뒤 2개 법무법인과 정부법무공단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재량권 남용 여지가 있다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면서 “전북교육청의 평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명백히 위반한 만큼 중재가 필요했다”며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법령 위반이 부동의 판단 핵심근거=동의와 부동의를 가른 핵심은 전북도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반영 비율에서 나왔다. 교육부는 상산고의 경우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법령에 명백히 명시돼 있음에도 전북교육청이 교육청 중 유일하게 이를 정량평가로 반영한 점 등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3년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확대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내면서도 ‘일반고에만 해당’이라는 단서를 달아 분명히 안내하지 않은 점, 2015~2019학년도 고입기본계획에서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자율로 부여하고 매년 승인했음에도 높아진 평가기준을 적용한 점 등이 전북교육청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해 위법이라고 봤다.

다만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다른 교육청보다 10점 높은 80점을 기준점수로 부여한 점에 대해서는 “타 지역과 다른 평가기준점 상향은 교육감의 권한”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전북도처럼 교육부 권고안보다 기준점을 대폭 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박 차관은 “법무법인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무한정으로 높인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용 가능하다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적법성이 동의·부동의를 가를 핵심요인임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경기 안산동산고의 감사 감점기준 및 재량지표에 관해서도 “위법사항이 없었고 평가기준은 교육감의 권한”이라며 지정취소에 동의했다.

◇서울 등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와는 무관할 듯=교육계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법령상 위반요소가 없는 한 교육부가 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에 부동의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날 결과가 법령 위반을 근거로 한 특수사례에 해당한다면 서울시교육청의 경희고 등 8개 자사고와 부산시교육청의 해운대고 등 남은 자사고의 재지정 취소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박 차관도 “교육자치를 존중하지만 자치권한도 법과 대통령령·조례규칙을 위반했다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국정과제 수행 시각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결과가 나오면서 전북교육청과 서울교육청은 희비가 엇갈렸다. 전북교육청이 “교육부는 오늘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고 강력한 어조로 공식 반발한 것과 달리 서울교육청에서는 “이런 상황이라면 (서울청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내부 평가가 흘러나왔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 많기는 했지만 상산고처럼 법령 위반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없었다”며 “서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결과”라고 전했다.

◇정치적 부담 덜고 국정과제 수행=상산고는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사고로,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지만 소속 교육청인 전북교육청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교육과정이 우수하지만 해당 교육청이 배점을 유일하게 높이면서 탈락했고 논란이 된 사회통합전형 비율에 대한 정량평가도 해당 교육청에서만 유일하게 진행돼 ‘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예고한 상태였다. 교육부로서는 자사고 존치 논란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상산고 관련 파문을 수용하면서도 기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며 국정과제를 수행해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 복수의 교육부 관계자들은 “고심이 컸다. 많이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교육청이 8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동의 요청서 및 청문회 결과를 송부함에 따라 다음달 1일 제2차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항을 심의한다. 이어 내년에는 30개의 전체 외국어고와 15개의 과학고, 16개의 자사고, 6개의 국제고 등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실시해 대다수 자사고와 특수목적고교에 대한 재평가를 마무리한다.

이날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으로 상산고는 그간의 논란을 딛고 앞으로 5년간 자사고 입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종훈 상산고 교감은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라며 “내년에는 사회통합전형 비율을 5%로 늘리는 등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요청을 반영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다”며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교육감의 권한이라고 해도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포기 선언”이라며 “실패한 자사고 정책의 정점에 있는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교육사에 수치스러운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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