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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무상지급 하는데…여아 생리대 후원광고는 왜 늘었을까?

'깔창 생리대' 이후 늘어난 생리대 무상지원 사업들

정부+지자체 올해 120억원 예산편성...보급률 67%

민간 후원단체 및 연예인·개인 후원 사례도 증가

여가부 "사업 초기라 중복 지원, 사각지대도 있어"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국내 민간후원단체의 여아 생리대 후원 모집 광고.




#1. 저소득 가정 여아가 생리대 살 형편이 못 돼 신발 깔창을 썼다는 뉴스에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명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많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긴급 예산이 투입된 2016년 하반기,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가 무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청소년복지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이제 국가 사업으로 관리된다.

#2. “미안, 나 생리대 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친구들에게 매달 손 벌리다 밤새 울었다는 한 여아의 사연이 각종 SNS와 포털 사이트 광고창을 타고 수시로 등장한다. 관련 내용을 포털에서 검색하니 ‘국내 여아 생리대 후원’을 내건 후원 단체만 10여 개 나온다. 한 단체는 월 2만원이면 두 명의 여성 청소년에게 한 달 치 생리대를 지원할 수 있다며 후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 광고에서 본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생리대 후원을 결정했다는 글도 온라인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년 전 세상에 알려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저소득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은 중요한 사회이슈가 됐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정부 주도로 생리대 지원 사업이 시작됐고, 올해부턴 사업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됐다.

2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올해에만 약 120억원 규모의 예산(여가부 50% + 지자체 50%)을 편성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지원법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50% 이하(4인 가족 기준, 233만3,690원)가구의 만 11~18세 여성청소년 약 13만 명이 대상이다. 올해부턴 현물 지급보다 편리한 바우처(국민행복카드) 지급 방식으로 바뀌었다. 해당 청소년은 한 번만 신청하면 매월 1만 500원의 생리대 구매 비용을 성년이 될 때까지 지원받는다. 현재까지 8만 7,000명(67%)이 혜택을 받았고, 올 연말까지 80% 이상 신청할 것으로 여가부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유명 민간 후원단체의 여아 생리대 후원 모집 광고 캡처


특이한 점은 정부지원과 별개로 민간영역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저소득 여아를 위한 후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 후원단체 중 한 곳인 ‘굿네이버스’가 공개한 예산 집행내역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약 7,300여 명의 위기가정 여아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했다. 한 해 약 7억원의 개인 및 기업 후원금이 생리대 지원에 쓰인 것이다. 다른 후원단체인 ‘지파운데이션’도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5,000여 명의 여아에게 생리대를 전달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생리대 지원 모금이 한창이다. 모금단체인 한국여성재단은 오는 8월까지 네이버 해피빈 기부를 통한 ‘저소득층 청소년 월경 응원 모금’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약 1,600명의 기부자로, 모금 목표액 82%를 달성했다. 연예인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방송인 유병재 씨가 모 단체에 2,000만원을 후원해 200명의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 지원 혜택을 받게 됐다는 훈훈한 소식도 전해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미 약 13만 명에 달하는 전국 저소득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 무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음에도, 민간 후원단체들은 왜 최근 들어 같은 후원 사업에 몰리는 것일까. 이들은 “정부는 법적 테두리 안에 도움이 필요한 만 11~18세 여아 청소년으로 대상을 한정해 지원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NGO에서는 법 테두리 밖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여아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면서 “생리대뿐 아니라 파우치, 속옷, 온찜질팩 등 청소년기 여아들에게 필요한 키트 지원과 함께 상담 프로그램 등 심리·정서적 지원까지 도와 차별화하고 있다”고 후원 모금 취지를 설명했다.

한 모금단체가 제공하겠다는 여아 위생용품 키트.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모 후원단체의 여성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후원자 모집 광고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종 후원단체들이 생리대 후원자 모집을 위해 수 백에서 수 천만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경쟁적으로 지불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광고의 경우 어려운 친구에게 생리대를 빌려주고선 “언제 갚을거냐”며 닥달한다는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민간단체들의 후원은 지원 규모가 정부 사업보다 크진 않고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혜경 여가부 청소년정책과 사무관은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정부뿐 아니라 정말 많은 민간단체가 여아 생리대 후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 초기여서 지원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NGO 단체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한 적도 있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고 밝혔다. 고 사무관은 “NGO들 역시 정부 사업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지만, 정부 사업도 내실 있는 추진이 되도록 지원을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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