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앞으로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관보에 게재된 국왕 칙령을 통해 21세 이상의 여성은 남성 보호자의 허가 없이도 여권 신청과 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우디 여성들은 앞으로 본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사우디 여성들은 여권을 만들거나 해외여행을 하려며 남편 또는 아버지 등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사우디는 또 이날 “모든 시민은 성별·장애·연령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취업 규칙도 발표하면서 여성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했다. 사우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현 22%에서 30%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들의 독자적인 자녀 출생 및 사망 신고와 결혼, 이혼 신고도 허용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자 등록도 가능해졌다. 이는 그동안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권리다.
가디언은 이번 조치가 사우디 여성들에게 붙어 있던 ‘2등 시민’ 꼬리표를 떼어내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디에서는 남성 가족의 통제와 억압에 고통받는 여성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지난해 1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에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여성 권리를 억압해온 장치들을 제한적이나마 해제해왔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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