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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은 법 고쳐 기업 지원...한국은 정쟁 휘말려 차일피일

[데이터3法 낮잠 수출중기 5조폭탄 위기]

日, 2015년부터 EU 수출장벽 대비

美·中도 일찌감치 제도개선 나서

수출까지 막히면 중소기업 고사

개정안 처리 서둘러 피해 막아야





지난 1월 실시한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적정성 평가에서 한국과 일본은 희비가 갈렸다. 2016년 한국과 함께 EU 적정성 평가 우선 협상국으로 지정된 일본은 EU로부터 적정성 결정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진행되고 있음을 겨우 설득한 뒤에야 ‘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마터면 EU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수조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뻔했다.

하지만 민생법안을 책임지는 국회는 시민단체 반발 등을 눈치 보면서 데이터3법 처리에 뒷짐만 지고 있다. 현장의 수출 기업들은 아우성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기업들의 수출 활로를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수출 중소기업의 불이익이 예상되는데도 국회가 관련 개정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EU는 조만간 한국의 GDPR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적정성 평가를 하게 된다. EU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나 개인정보의 비식별화 조치 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된 데이터3법의 조속한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데이터3법은 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이다. 이 가운데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해 누구인지 모르게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통과돼야 된다. 국회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40여건이나 계류돼 있지만 국회 법안심사소위 문턱도 넘지 못해 당분간 본회의 통과가 요원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두 차례의 평가에서 한국은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독립성 부족으로 적정성 검토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고 겨우 유예 처분을 받은 상태”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들만 통과돼도 EU의 적정성 평가는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이러는 사이 중국·일본 등 경쟁국가들은 발 빠르게 개인정보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면서 기업들의 수출 애로를 해소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EU의 적정성 평가에 일찍 대비했다. 미국 역시 비식별 정보에 대한 민간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세워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해오고 있다. 중국도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통해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준비하는 등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미 EU 집행위원회에서 EU 국가들을 대상으로 GDPR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높은 과징금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해외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사례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개인정보보호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해당 국가의 수출 기업에 해외 전체 수출금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리고 있다. 실제 EU의 GDPR 시행 이후 EU 권역 내 과징금 부과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한 의료기관은 지난해 11월 GDPR 위반으로 약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덴마크의 한 택시 업체 역시 개인정보 처리 원칙 위반으로 올 3월 과징금 2억원이 부과됐다. 대기업은 그나마 여력이 있어 자체 준비가 가능하지만 국내 수출 중소기업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국내 중소기업의 연간 총수출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051억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수출 중소기업에만 최대 5조원의 과징금 폭탄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수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개정안 추진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U는 GDPR 위반 수준에 따라 과징금을 다르게 부과하지만 수출 기업의 경우 대부분의 위반 사례가 ‘중요 위반 사항’으로 분류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U의 적정성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한국 기업이 EU에 진출하거나 수출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 EU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하게 되면 국외 이전 규정 위반이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 침체인 상황에서 수출까지 어려움을 겪으면 중소기업의 활로는 모두 막히게 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중소기업들이 불이익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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