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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목조문화재 천적 흰개미, 제 코는 못 피하죠"

[에스원 흰개미탐지견 훈련현장 가보니]

사람보다 후각 100만배 뛰어난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종

기둥 속 숨은 흰개미 귀신같이 찾아

에스원 2007년부터 탐지활동 시작

작년까지 367개 문화재 조사 참여

에스원탐지견센터의 이호진(왼쪽) 훈련사와 이진용 훈련사가 23일 경기도 수지 심곡서원에서 훈련을 마치고 탐지견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원




이진용 에스원탐지견센터 훈련사가 22일 경기도 수지 심곡서원에서 훈련을 마친 탐지견을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원


이호진 에스원탐지견센터 훈련사가 22일 경기도 수지 심곡서원에서 훈련을 마친 탐지견 ‘아라’를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원


에스원탐지견센터의 훈련견 ‘벼리’가 22일 경기도 수지 심곡서원에서 이진용 훈련사의 흰개미 수색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에스원


에스원탐지견센터의 공인견 ‘아라’가 22일 경기도 수지 심곡서원에서 이호진 훈련사가 미리 숨겨놓은 죽은 흰개미 냄새를 맡고는 탐지 부분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원


22일 경기도 용인 수지의 심곡서원. 삼성 로고가 그려진 조끼를 입은 개 한 마리가 “찾아!”라는 훈련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서원 내 건물 곳곳을 다니며 냄새를 맡는다. 개는 정말 열심히 냄새를 맡았다. 킁킁거리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멀리서도 들릴 정도다.

이 서원은 1650년 조광조의 학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곳으로 현재 사적 530호이자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호다. 지방 문화재에 웬 개가 나타났나 싶겠지만 이 개는 보통 견(犬)이 아니다. 에스원탐지견센터 소속 ‘흰개미탐지견’으로 이곳에서 탐지 훈련을 하는 중이다. 이름은 ‘벼리’, 나이는 3살이고 견종은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이다. 고향은 영국으로, 웨스트미들랜즈 경찰학교에서 폭발물 탐지견 훈련을 끝내고 24개월 때 한국에 왔다. 현재는 폭발물 대신 흰개미를 찾는 훈련을 받는 중이다. 에스원은 이런 개를 ‘훈련견’이라고 부른다. 벼리는 담당 훈련사인 이진용 훈련사가 건물에 숨겨 놓은 죽은 흰개미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사냥개라 활동성이 강해 부산스럽게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다가도 자리에 앉아 특정한 곳을 바라본다. 흰개미 냄새를 맡았다는 신호다.

흰개미는 목재의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먹고 분해시켜 건물을 쓰러뜨린다. 흰개미가 목조 건축물의 골조를 파먹으면 그 건물은 못쓰게 되기 쉽다. 목조주택이 많은 호주 등지에서는 흰개미가 살지 않는다는 증서가 있어야 집을 팔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흰개미는 목조 기둥의 땅에 박힌 부분 등에 주로 살고 있어 찾아내기가 어렵다. 흰개미가 땅 위에서 육안으로 보일 정도면 이미 피해가 심각하다는 뜻이어서 미리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문화재급 건축물을 일부 훼손해 흰개미 서식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일. 때문에 사람보다 100만 배 후각이 뛰어나고 뭔가를 찾고자 하는 집념과 활동성이 우수한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을 투입해 흰개미를 탐지한다.

에스원은 문화재청과 지난 2007년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맺고 흰개미 탐지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문화재 중 목조건물은 약 30% 선인 3,900여 곳에 이른다. 흰개미는 추위에 약해 과거엔 남쪽 지방의 문화재에만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현재는 강원도 일부 추운 곳을 빼고는 남한 전역이 흰개미 피해 가능권으로 분류된다.

이에 에스원 흰개미탐지견들은 2007~2010년 주요 목조문화재와 긴급 조사대상 목조문화재 조사에 참여했고 2011~2015년 5개년 계획으로 진행된 ‘목조문화재 흰개미 피해 1차 전수조사’에 투입됐다. 2016년~2018년 3개년 계획인 2차 전수조사에서도 활약했다. 탐지견들은 지난해까지 모두 중요 목조문화재 367건(국보 24건·보물 189건·중요민속문화재 184건)에서 총 1만3,000여 건의 흰개미 반응을 나타냈고 문화재청은 이를 바탕으로 방제작업을 벌여 문화재를 보호했다.

이번에는 베테랑 탐지견인 6세 ‘아라’의 훈련 차례. 현장에서 무수한 흰개미를 찾아낸 베테랑답게 벼리보다 훨씬 차분하다. 아라 역시 영국에서 경찰견 훈련을 받고 한국에 온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이다. 훈련사인 이호진 훈련사는 “벼리는 아직 어려 의욕이 넘치는 데 비해 아라는 주변을 살피며 꼼꼼히 수색하는 능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라는 훈련사가 숨겨 놓은 죽은 흰개미를 어린 벼리에 비해 훨씬 여유롭게 찾아냈다.

아라처럼 현장에서 탐지 실무를 뛰는 개를 에스원은 공인견이라고 부른다. 흰개미탐지견 센터에는 현재 공인견 3마리, 훈련견 2마리, 은퇴견 1마리, 탈락견 1마리 등 7마리가 있으며 공인견이 은퇴하는 나이는 8세 정도다. 에스원은 아라 등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벼리같은 차세대 주역을 훈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탐지견들이 흰개미를 찾아냈을 때 훈련사가 주는 보상은 간식 같은 먹거리가 아닌 테니스공이다. 이 개들은 훈련사와의 공놀이를 밥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개를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 중 에스원은 흰개미탐지 활동이 보안과 건물관리라는 사업 성격과도 맞는다고 판단해 탐지견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에스원 관계자는 “수백년을 내려온 목조 문화재가 흰개미에 의해 허무하게 유실되는 것이 안타까워 흰개미 탐지견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면서 “개와 사람, 그리고 역사와 문화재까지 하나가 되는 뜻깊은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인=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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