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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없는 정원 감축, 지방大엔 독 될수도

■교육부 '2021년 대학평가' 보면

2024학년도 대학정원, 입학가능 인원보다 12만명 많아

대학평가서 학생충원율 비중 높여 자율감축 이끈다지만

지방대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정부 주도적 역할 필요"





교육당국이 인위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이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차기 대학 평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면서 정책의 파급력 여부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 기조에도 정원 감축을 위한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대학 평가인 ‘기본역량 진단평가’는 오는 2021년부터 대학 스스로 참여 여부를 선택하고 진단 결과와 인위적 정원 감축을 연계하지 않는 자율 평가로 바뀐다. 진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학 대상의 일반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각종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 참여도 일부 제한되지만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지원 중단 등은 이뤄지지 않는 등 종전의 하위등급 대학과는 선을 달리하게 된다.

대신 교육부는 학생충원율·교원확보율 등의 평가지표를 강화해 대학 스스로 자율적인 인원 조정을 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대학 평가지표 가운데 75점 만점에 10점(13.3%)을 차지하는 신입생·재학생 등 학생충원율 지표의 배점은 2021년부터 100점 만점에 20점(20%)으로 높아진다. 전임교원확보율의 배점도 4년제 대학 기준으로 현행 10점에서 15점(15%)으로 상향된다.

이는 대학 평가와 입학정원 조정을 연계해온 그간의 기조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3주기 평가를 통해 1주기(2015~207년) 4만명, 2주기(2018~2020년) 5만명, 3주기(20201~2023년) 7만명 등 당시 대학 정원의 약 3분의1인 16만명을 줄이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1주기 4만명 감축이 계획대로 실현됐을 뿐 정권 교체 이후에는 2021년까지 약 1만여명의 감축만이 예정돼 있다.

정원 감축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학령인구의 감소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대학 정원(49만7,000여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중2 학생이 치르는 2024학년도 입시에서 대학 정원은 고3 학생과 재수생 등 각종 대입 통계수치로 추정하는 입학가능인원(37만3,000명)보다 무려 12만4,000명 가까이 많게 된다. 역전현상을 막으려면 5년 전 감축안처럼 12만여명을 더 줄이는 게 필요한 셈이다. 또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4학년도 43만385명에서 2037학년도 32만7,000명으로 약 10만명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이와 연관된 입학가능인원도 갈수록 줄어들 공산이 크다.



정원 감축이 필요한 또 다른 원인은 1995년 김영삼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인 ‘5·31 교육개혁’으로 대학 규모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이 등록 대상에서 신고 대상으로 바뀌며 일반대 52개를 포함해 총 107개의 대학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1995년 49만8,250명이던 대학 입학정원은 7년 만인 2002년 65만6,783명으로 16만명이나 급증하며 정점을 찍었다. 1995년의 대입 정원이 현재와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참여정부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정원 감축 기조는 5·31 교육개혁의 폐단을 해소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교육계는 그간 대학 지원사업과 연계된 평가지표의 변화가 대학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지표 배점 상향도 정원 감축 기조로 이어지리라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학 스스로 인원을 줄이도록 한 정책 변화가 대학 사회에 되레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정원 정책 실패의 주역인 정부가 고등교육 전반의 책임을 지고 충분한 예산지원하에 학령인구 감소와 연계된 정원 감축을 중장기적으로 실시해야 감축 과정에서 나오는 역효과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방효원 대학교수노동조합 주비위원장(중앙대 교수)은 “지표 기준의 35%를 교원 및 학생 충원율에 둔 탓에 스스로 목을 죄는 대학들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장기적 계획 없이 폐교 및 인원 조정이 이뤄진다면 이미 한계에 몰린 대학들의 위기는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도 최근 “정원 감축을 자율로 하라면서 충원율 평가는 강화하겠다고 한 탓에 지역 대학부터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학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정원 감축이 더욱 급격히 진행되며 ‘지역별 균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이번 2020학년도 입시에서 만 18세 학령인구가 지역 대학 정원에 못 미치는 시도는 충남·대전·충북·강원·부산·경북 등 6곳으로 지난해보다 4곳 더 늘었다. 올해 충남의 고3 학생은 대학 정원의 77%에 불과하고 내년 부산에서는 이 수치가 82% 선까지 낮아진다. 반면 경기·대구·제주·경남·전남 등은 고3 학생 수가 정원보다 약 50% 많아 체감 수위의 위기권은 아니다. 지역 정원이 학령인구를 이미 역전한 지역을 중심으로 타 지역 학생을 유입할 당근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며 정원 감축에 지역별 편차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정부도 교육여건 격차를 감안해 평가지표의 만점 기준을 5개 권역별로 차등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원 여유가 상당한 지역이 선제적 감축에 나서도록 기준을 달리하는 것도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할 시급한 정원 조정이 민간에 맡겨질 경우 대다수 대학이 사립인 국내 구조를 감안할 때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컨트롤타워 없는 감축으로 지역 대학의 위기가 더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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