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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4차산업혁명시대 맞아 사전규제→사후·자율규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규제개혁 최대 장애물은 관료 이해관계와 기득권자 저항
법·제도 아래 있는 수많은 시행령·규칙이 혁신 가로막아
신고제라면서 실제로는 허가·면허제 운용사례 수두룩
트럼프 집권이후 바오오.생명 분야 규제완화 눈여겨 볼만
중요 규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대국민 설득 나서야

  • 오현환 논설위원
  • 2019-10-14 00:05:20
  • 기획·연재
“우리나라 규제개혁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관료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국민이나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개혁을 시도하려 해도 결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게 지난 20년의 규제개혁 경험입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규제개혁이 어떤 나라보다도 심각한 장벽에 맞닥뜨려 있다고 강조했다. 관료제 밑에 심각한 이해관계 이익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어 번번이 규제개혁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규제개혁을 하려면 관료들의 이해관계를 잘 살피고 정교하고 세밀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우리나라 규제 수준은 외견상 선진국이지만 실제로는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해법은 포괄적 사전규제를 민간 스스로 하는 자율규제로, 사후 엄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간사위원과 규제학회장을 지낸 그를 지난 11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규제개혁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청론직설]“4차산업혁명시대 맞아 사전규제→사후·자율규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요 규제개혁 2~3개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며 설득하고 책임져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현기자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신산업이 살아나야 하는데 규제가 가로막는 일이 많다.

△신산업이 살아난다는 것은 혁신을 의미한다. 혁신은 기존 상황을 개선해 사회적 총후생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킨다. 따라서 혁신을 통해 신산업을 키우는 게 절실하다. 하지만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방을 한다는 명목으로 혁신에 필요한 요소요소를 틀어막거나 찔끔 열어주고 있으며 팔짱만 끼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잡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규제는 혁신 단계는 물론이고 혁신이 성장으로 연결되는 단계에서도 방해하고 있다. 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차량공유 사업에서 보듯이 신기술과 기득권이 충돌하는 일이 적지 않다.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성벽이 바로 진입장벽이다. 기득권 집단이 이미 지대추구를 완성하고 세운 철옹성 같은 진입장벽의 결정체가 현재의 규제 시스템이다. 진입장벽은 당장은 안락하지만 결국 답답한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면 이동통신사는 정보기술(IT) 강국이었던 시대에 진입규제를 즐기면서 안주해 혁신적인 뭔가를 별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휴대폰 제조회사는 무한경쟁의 세계 시장에 뛰어들어 혁신하며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됐다. 또 기득권자가 규제개혁으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저항을 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혁신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새로운 모델을 성공하게 하고 다른 나라에 진출해 중요한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도 있는 길을 막는 꼴이 된다.

-우리나라 규제 수준을 선진국이나 경쟁국과 비교한다면.

△국제적인 통용지표가 없어 한마디로 얘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규제개혁을 굉장히 잘된 것으로 평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OECD 분석관이 우리나라 규제개혁 담당관을 만나고 그가 소개한 기업체 사장을 만나서 한 평가는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제도와 법은 세계 최첨단이지만 그 밑에 있는 시행령·시행규칙·예규·고시에는 수없이 많은 규제가 은근히 똬리를 틀고 있다. 실질적으로 민간을 규율하는 규제 강도는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신고제도가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훨씬 강한 허가·면허·등록제도 수준으로 운용되는 게 전체의 절반이다. 말은 신고제지만 신고필증을 받지 못해 신고가 안 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외견상 신고제도가 많은 자율의탁 국가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규제 국가인 것이다. 규제와 관련된 정치와 정책 수준도 세계 최하위권으로 2차 산업시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포괄적 네거티브(negative)제도를 도입하고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를 도입하고 있는데.

△정부가 제주도에 포괄적 네거티브제도 도입을 실험했는데 완벽하게 실패했다. 형식을 네거티브로 해 원칙적으로 다 허용한 것처럼 만들었지만 예외 부문에 부담스럽게 느끼는 규제들이 다 들어가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주체 부서가 4개로 나뉘어져 부처 간 합의가 안 되거나 사회적 파장이 있는 규제는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모인은 부처 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규제자유특구도 특구라고 하지만 제약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특구의 경우 대상 질병은 소수이며 그나마도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가 입회해야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규제개혁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진입장벽과 기득권자의 저항이 가장 크다. 국민들이 규제개혁의 혜택을 집단으로 누려본 적이 없어 학습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피상적이고 주변적인 데 그쳐 사실상의 규제개혁을 했다고 치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법령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지만 낱개의 규제가 남아 있어 아무 효과를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규제개혁을 핵심 미션으로 하는 정치사회 세력이 전무하다는 점도 원인이다. 그나마 규제개혁위원회, 총리실,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이 있지만 권한이 매우 작고 규제개혁을 할 자원이 없다.

-그럼 규제개혁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민간이 마음껏 자율과 창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회색지대를 만들고 논의하되 민간이 책임지고 업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포괄적인 사전규제를 민간 스스로 하는 개별적 자율규제로 바꾸는 것이다. 정부가 센서를 설치하고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제도로 만들되 민간과 충분히 소통해 규제 수준을 자세하고 세밀하게 짜야 한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할 경우에는 사후에 엄정하게 처벌하는 사후규제를 해야 한다. 또 규제가 완화되면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국민들과 소통하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크게 보면 이런 것이 진정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을 해봐야 한다. 불문법적인 영국과 미국 스타일로 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만큼 혁명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국민의 자율과 책임의식을 존중하고 청년들의 활력과 아이디어, 장년들의 겸손한 지혜를 버무릴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규제개혁은 영미가 앞서가고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제일 첨예한 규제 분야가 바이오·생명 분야인데 굉장히 선진적인 개혁 조치를 한 것이다. 가능하면 FDA가 심사(리뷰)하는 대상을 줄이고 업체에 자율권을 줘서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오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단계를 굉장히 늘려줬다. 어떤 분야는 36개에 달하는 리뷰가 9개로 줄었다. 실험이 인체에 치명적이거나 회사를 믿을 수 없는 경우에만 FDA가 리뷰했다. 가능한 한 업체에 맡기고 결정적인 단계에서 FDA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애플·삼성 등 글로벌 기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불문법적으로 관례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알아서 지키고 어떤 것은 정부가 제도로 받아들여 엄격하게 운용한다.

-우리나라의 관료제도가 규제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규제개혁의 가장 중요한 특수성은 관료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정치권에서 규제개혁을 하라고 하더라도 관료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의원이나 대통령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자기들의 이익을 고수하는 게 훨씬 길게 가고 덩어리가 크다. 그게 지난 20년의 규제개혁 경험이다. 첫째 원인은 관료제 밑에 심각한 이익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엄격한 감사로 다칠 가능성이 있는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혜 의혹으로 몰릴 것을 염려해 아예 안 되는 쪽으로 해석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관료들의 이해관계를 잘 살피고 그것을 끊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충분한 보수를 받는 만큼 이익구조를 더 이상 놓아둬서는 안 된다. 감사기관은 횡령·배임·뇌물 등의 직무감찰활동을 줄여야 한다. 이제는 관련 내용이 시스템에 다 들어 있어 털어보면 다 나온다. 매년, 매 분기 이 잡듯이 감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규제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2~3개 분야에서 혁신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챙기며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을 안 지면서 성과를 볼 수 있는 규제개혁은 없다. 이제는 모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 정도 수준까지는 밀어붙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직접 나서 설득해야 한다. 특히 바이오기술(BT) 분야의 생명윤리, 인공지능(AI) 분야의 정보보호, 의료 분야의 의료정보 등 꽉 막혀 있는 분야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풀릴 수 있다. 리더가 규제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관료들이 써주는 것으로 멋있는 선언을 하고 골라낸 기업에 시혜적인 선물을 주는 것으로 규제개혁을 얘기하는 데 그쳐서는 돌아가지가 않는다.

-불량규제를 막기 위해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의원입법은 절차적으로 이른바 졸속 현상이 뚜렷하다. 내용적으로도 부실·중복·표절 우려가 있고 정책대안으로서 품질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많다. 규제는 정책 입안자들의 순진한 기대나 희망과는 달리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규제를 통한 개입은 유무형의 독점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모두 혈전이 돼 창의·발전하려는 민간의 역동성을 결정적으로 가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규제영향평가를 통해 정부 개입의 정당성부터 숙의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다양한 대안 논의를 통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재정 소요를 일으키는 법안 비용 추계가 있듯 국민에게 희생과 부담을 부과하는 규제의 효과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안전·환경·공정거래 등 현재 각 분야에 도입한 규제들은 다 필요성이 있어 도입된 것이며 규제 완화보다는 저성장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규제는 보다 적은 희생으로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혹은 동일한 희생으로 보다 좋은 결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규제 방법은 성과규제·자율규제·공동규제·사후규제·네거티브규제 등 무궁무진하다. 정책 수단인 규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고 수준의 연구와 숙의에 정성과 진심을 다해야 한다. 전 세계적 안목으로 볼 때 비효율적이며 폭압적인 이류·삼류의 우리나라 규제를 ‘좋은 규제’라고 호도하거나 그 눈속임에 안주하는 것은 게으르고 비겁한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He is…

김태윤 교수는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 유학해 하버드대 존F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행정연구원을 거쳐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로 있다. 규제정책론과 예산·재정이론, 재해재난관리정책, 정책평가 등이 전공 분야다.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간사위원, 한국규제학회 회장도 지냈다.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로 사회적 약자의 생활안전 증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청론직설]“4차산업혁명시대 맞아 사전규제→사후·자율규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오승현기자

[청론직설]“4차산업혁명시대 맞아 사전규제→사후·자율규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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