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 IRP 계좌 총 377만6,000여개 가운데 적립금이 0원인 계좌가 172만8,000여개에 달했다. 전체 IRP 계좌의 45.8%가 ‘깡통’인 셈이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본인 명의의 계좌에 적립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잦은 이직으로 퇴직금을 모으지 못하거나 목돈으로 받아 일시에 소진하는 일이 없도록 노후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퇴직연금제도의 한 유형으로 도입됐다. 원래는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2017년 법이 개정되면서 단시간 근로자나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문턱이 낮아졌다.
이런 취지와 달리 IRP 깡통계좌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8월 말 기준 154만884개였던 깡통계좌는 지난해 8월 말 165만6,688개로 증가한 데 이어 올 7월 말 기준 172만7,980개로 더 늘었다. 적립금이 10만원 미만인 계좌도 23만7,000여개로 전체의 6.3%였고 1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인 계좌 역시 14.1%나 됐다. 대부분의 IRP가 사실상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계속된 깡통계좌 증가세를 두고 금융사들이 외형적 성장에 급급해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계좌를 개설하도록 권한데다 금융감독원도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금융사 직원들의 진흙탕 마케팅의 결과”라며 “IRP 운용사들은 저조한 수익률 등의 문제를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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