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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원조는 바이든 조사약속 대가"...궁지몰린 트럼프

[탄핵 이슈 美 정가 블랙홀로]

현직 외교관 하원서 폭탄 발언

"대가성 無" 트럼프 주장과 배치

공화 "새로운 것 없어" 의미축소

트럼프 인종적 발언 시선 돌리기

국방 차관보 등 추가 증언 예정

윌리엄 테일러(가운데)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증언을 하기 위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진행 중인 미 하원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 약속에 따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지금까지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현직 고위 외교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미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는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스캔들이 내년 미국 대선의 핵폭풍급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테일러 대행은 이날 하원의 비공개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조사를 발표하지 않으면 군사원조를 철회하겠다고 백악관이 협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고든 선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가 나에게 안보 원조를 포함한 모든 것이 그러한 발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테일러 대행은 날짜별로 세세하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증언했다. 그는 15쪽 분량의 모두발언에서 “6월18일 백악관 예산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보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8월22일 백악관의 러시아 담당 보좌관인 팀 모리슨에게서 대통령이 어떤 원조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문제의 통화가 있었던 지난 7월25일 이전인 5월부터 대행을 맡고 있다.

테일러 대행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부·국무부·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달러가량의 군사원조를 집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실패했다”고도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미 관리들의 활동에 관한 빈칸을 채웠다”며 “이날 증언은 폭발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테일러 대행의 폭탄증언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은 한층 힘을 받게 됐다. 민주당 소속 데비 와서먼 슐츠 하원의원은 “내가 들어본 증언 가운데 가장 끔찍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중단 및 정상회담 거부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연결하는 선이 그어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선덜랜드 EU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책담당 관리들에게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데 이어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고문이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을 고리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려 한 정황이 있는 백악관 회의를 증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증거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크 메도스 공화당 의원은 “나는 10시간 동안 그 안에 있었다”며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원들은 테일러 대행의 증언을 무시했다. 새로운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종적 발언을 통해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조사를 두고 “모든 공화당원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린칭(lynching)을 기억해야 한다”고 적었다. 린치 또는 린칭은 남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을 법적 절차 없이 불법으로 처형하는 행위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조사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단어인 린칭과 비교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탄핵조사는 미 정가의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 탄핵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설전을 벌여 당분간 양당 간 국정협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펠로시 의장도 요르단과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해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견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23일 로라 쿠퍼 국방부 부차관보의 증언과 이번주 추가로 있을 테일러 대행의 증언에서 어떤 발언이 나오느냐도 향후 상황 전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해킹사건 조사의 대가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으며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 크리스 리들 부비서실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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