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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3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 모면…배경에는 배춧값 급등?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습니다. 앞선 8~9월 2개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초(超)저물가 상황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통계청은 “당분간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물가’가 나오지 않는 것일 뿐 저물가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6(2015년=100)으로, 지난해 10월과 같았습니다. 공식 통계로는 보합입니다. 통계청은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들어가면 플러스”라고 했습니다. 다만 통계청은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상승률 숫자가 ‘0.00X’라는 뜻입니다.



소수점 셋째 자리로나마 플러스를 냈으니, 10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걱정해 온 정부로서는 천만 다행일 겁니다. 하지만 간신히 플러스를 기록한 이면을 보면, 소비가 회복된 데 따른 것이 아니라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 급락세가 다소 완화된 데 따른 영향이 큽니다. 잇단 태풍으로 재배면적이 줄어 가격을 올랐기 때문이죠. 소비가 회복된 덕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10월에는 배추(66%), 열무(88.6%) 가격이 급등해 전체 농산물 가격 하락 폭이 지난 9월 -13.8%에서 -7.5%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농산물은 9월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0.69%포인트 기여를 했지만 10월에는 그 수준이 0.35%포인트로 줄었습니다. 공업제품 물가도 0.3% 하락해 전체 물가를 0.12%포인트 끌어내렸습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7.8% 하락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소폭이나마 플러스 전환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저물가 상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0.8%로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1%에 못 미쳤습니다. 변동이 큰 특정 품목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물가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체감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0.3%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심각한 저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데도 정부는 여전히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교육·보건부문 정부 정책과 집세 하락이 근원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약화로 저물가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죠.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국제유가 하락, 공공서비스를 포함한 정책요인 등에 따른 것”이라며 “서비스나 공업제품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수요부진이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보고서에서 “수요 부진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분석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KDI는 “물가상승률과 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KDI 뿐 아니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저물가가 지속되는 현 상황을 ‘일본식 장기 불황’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죠. 하지만 정부는 저물가가 경기 불황, 수요 부진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는 순간, 경제 주체들이 자기실현적 기대에 빠져들어 소비를 더 줄이는 악순환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초저물가 상황을 목도하면서도 마치 주술을 외듯 “공급 측 요인 때문”이라고 되뇌는 것이 과연 소비를 되살려 저물가 상황을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적 스탠스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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