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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표심에 눈가린 현실

박민주 생활산업부 기자





최근 지방의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회장에게 대기업 대형 마트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뜸 시장 입구를 가리키며 골치 아프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었다. 상인회장은 시장 입구에 노점상을 차린 상인들을 바라보며 “농협 조합원들이 땡볕 아래서 장사할 때 하나로마트 직원들은 그들의 상품을 에어컨 쐐가면서 판다. 기가 막히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황당해 했다.

대기업 대형 마트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입점제한과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하나로마트는 전체 매출액에서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5%가 넘는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전통상인들은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높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전통시장과 직접적 경쟁 관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방 소도시일수록 대형 마트보다 하나로마트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바뀐 건 없다.



규제 사각지대는 하나로마트뿐만 아니다. 대형 마트가 규제로 주춤하는 사이 세를 넓힌 식자재 마트와 이케아·다이소 등 규제 밖에 있는 소매업체들이 어부지리로 수혜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이케아 광명 1호점이 들어선 후 광명시 소상공인 55%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31%로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시장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어 오프라인 규제의 효과가 퇴색된 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업태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대형 마트 점유율은 2015년 10%에서 지난해 9%로 역성장했다. 반면 온라인몰인 무점포 소매업종은 같은 기간 15%에서 19%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번 유통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군불을 때고 있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기업 유통업체들을 압박하기 위해 이제는 마트에 이어 복합 쇼핑몰까지 규제에 나설 모양이다. 규제에 내수 침체까지 겹쳐 살림살이가 퍽퍽해진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침통하다. 표심 공략도 좋지만 이제는 변화된 유통환경에 대한 연구가 우선돼야 할 때가 아닐까.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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