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탄근 확대돼도 주52시간 대응방법 없네요"

[G밸리 노무 컨설팅 직접 가보니]

원청업체로 파견 업종 특성상

출퇴근 등 업무지시 할 수 없어

국회 개정안 통과돼도 도움안돼

"유연근로제 미래지향적 접근을"

서울 구로구 한국융합기술진흥원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뒷모습)가 중소기업 맞춤 노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성형주기자




“고용노동부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관리해서 인력이 부족하면 더 뽑으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쓸 수 있는 유연근로제는 마땅치 않고요. 한마디로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요.”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G밸리)에 입주한 시스템통합(SI) 업체 A사의 이현수(가명) 차장은 무거운 목소리로 노무사에게 말했다. 직원들을 원청업체로 파견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출퇴근 시간 관리가 되지 않아 탄력근로제·선택적근로시간제는 아예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재량·간주근로제를 쓰자니 현행법상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직원은 예외가 돼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고용부가 실시하고 구로구·금천구가 주관하는 ‘G밸리 근로시간·고용컨설팅’ 현장에 최근 서울경제가 참관했다. G밸리는 약 1만곳의 정보기술(IT) 중소기업이 밀집돼 있다. 기업들이 노무 컨설팅을 받기는 어려워 취업규칙 수정에 애로가 많다는 점에서 기획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법이 대거 바뀌면서 취업규칙 변경에 어려움을 겪었던 IT 기업들은 한시름을 던 표정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배우자 출산 휴가, 가족돌보미휴가제 도입 등이다.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복리후생비·상여금으로 확대돼 새 기준을 반영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진행됐다. 컨설팅의 인기도 높다. 지난 7월 12건에 불과했던 신청 건수는 지난달 33건으로 늘었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로제였다. 이 차장이 일하는 A사의 상시근로자 수는 91명으로 내년 1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상당 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봤지만 이 차장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모두 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본사로 출근하지 않는 SI 기업의 특징 때문이다. SI 기업은 아파트 택배관리 플랫폼 등 IT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로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발주사에 직접 나간다. 이 차장은 “직원들의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출퇴근 시간을 자율체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사람이 집에 있는지, 회사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야근은 필수적으로 발생하지만 일시를 가늠하기 힘들다. 이 차장은 “프로젝트 마감이 다가오는 그 한 주는 필수적으로 야근을 해야 한다”며 “원청업체에서 갑작스럽게 설계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예상치 못한 야근도 잦다”고 설명했다. 초과근무 시기를 노사 모두 예상할 수 있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는 물론이고 선택근로제도 한 주간의 스케줄을 짜야 해 여기서 벗어나는 연장근로는 할 수 없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A사는 재량근로제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절반’만 유효할 것으로 봤다. 재량근로제는 연구개발(R&D), 정보처리 시스템의 설계·분석 등 업무 재량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문제는 ‘사용자가 업무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대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자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SI는 팀 단위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원청기업에 파견되는데 팀장은 재량권이 인정되지만 팀원은 애매하다. 실제로 고용부는 7월 발표한 재량·간주근로시간제 운영 가이드에서 “비록 팀 단위로는 재량성이 확보돼 있다 하더라도 소속 팀원의 업무수행 수단과 시간 배분 등에 관해 팀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한다면 해당 팀원에게 재량근로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 차장은 “차·부장급이 만든 계획에 따라 코딩을 하는 직원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기는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유연근로제를 쓸 수 없어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박연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차장은 “사업부를 쪼개고 직원 수를 줄여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수용하면서 건강권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연근로제에 대해 경직적·획일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변재현·박준호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