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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노조' 시대에 법은 '공장 시대'

서울시, '배달 플랫폼' 라이더유니온에 노조 설립 첫 허가

단결권 인정 불구 단체교섭·행동권은 불명확해 갈등 소지

노동법 정비 시급한데도 경사노위 등 관련 논의는 공회전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앱 요기요 라이더 노동자 판정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배달 플랫폼 종사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됐다.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행정 판단이 잇따르고 있고 4차산업혁명으로 근로 조건이 대폭 바뀔 것으로 전망되지만 노동법은 ‘제조업 공장 시대’에 머물러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18일 라이더유니온 서울조합원이 지난달 15일 제출한 노조설립신고를 받아들여 신고필증을 교부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로 구성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설립은 조합원의 분포에 따라 기초 지자체(하나의 시군구)·광역 지자체(두 개 이상의 시군구)·고용노동부(두 개 이상의 광역 지자체)가 허가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배달 플랫폼 노조는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퀵서비스 등 특수근로자 노조의 경우 서울시가 설립필증을 내준 후 다른 지자체가 동참했다”며 “서울시가 배달 플랫폼 노조 설립을 허가한 것도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지자체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인정한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은 지난 5일 고용부의 요기요 배달원에 대한 판단과 대동소이하다. 플랫폼 기업과 배달 종사자가 체결한 계약이 근로계약에 준하고 플랫폼 업체가 활동 시간·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점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특수고용자의 성격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연합체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신고필증은 요기요 라이더들에 대해 고용부로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데 이어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도 노동법상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는 일련의 사건 속에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근로자들의 단결권 인정은 서울시의 판단 이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사업자 계약을 맺고 일하는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노조 설립과 관련해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고 근로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리점주는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특수고용자에 대한 단결권이 폭넓게 인정되는 상황에서 ‘플랫폼 노조’ 설립도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단결권까지 보장되는 상황에서 노동법은 ‘2차 산업 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단결권이 생기면 단체교섭·단체행동권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사용자가 불명확하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주문한 사람, 음식을 판매한 식당, 이를 연결한 플랫폼 기업 중 누구를 사용자로 보고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 애매하다. 더구나 노조가 단체행동권을 할 경우 플랫폼 기업이 다른 라이더를 쓴다고 해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근로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 이들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관련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를 출범해 지난 2월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일터혁신·재교육 필요성에 대해 노사정이 공감하고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는 낮은 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정책 과제는 이듬해 7월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는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권 교수는 “경사노위·정부·국회의 차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노동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는 모두 과거의 제도에 집중하고 있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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