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활용품 업체의 김 모 사장은 가업 승계를 사실상 포기했다. 일단 상속세율 50%에 대주주 경영권 승계 할증 15%까지 붙어 세금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업력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최대주주 지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 근로자 수 유지 등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가업승계 대신 사모펀드 등에 넘기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기업 대표 및 가업승계 후계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9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사장 같은 사례가 많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소기업의 영속성 및 지속경영을 위해 가업승계가 ‘중요하다’고 답변한 기업인이 66.8%나 됐지만 세금이나 직원 수 유지 등의 각종 조건 때문에 가업 상속이 어렵다는 답변이 높았다.
가업승계의 어려움(중복 답변 가능)으로는 △막대한 조세 부담(77.5%)과 △정부정책 부족(49.0%)을 꼽았다.
실제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30.0%에 불과했다. 이용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사후요건 이행이 까다로워 기업의 유지·성장에 도움될 것 같지 않아서(25.8%) △사전요건을 충족시키기 힘들어서(19.5%) 등의 순이었다. 특히 사전요건 중에서는 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지분율 완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59.0%, 사후요건 중에는 근로자수 유지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75.0%로 가장 높았다.
가업승계 방식에 대해서는 ‘사후상속’만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는 13.5%에 불과했고, ‘사전증여’(28.1%) 또는 ‘일부 사전증여 후 사후상속’(51.0%)을 계획하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사후상속 중심의 가업승계 세제를 사전증여 문화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사전증여’를 지원하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수준 한도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9.4%였고, 현행 증여 시 과세하고 상속 시 합산과세 하고 있는 증여세 납부 방법에 대해서는 ‘상속개시 시점까지 증여세 납부유예’를 도입해야 한다는 비율이 50.6%로 가장 높았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 법인 CEO 4명 중 1명(27.5%) 이상이 60대 이상”이라며 “20대 국회에 가업승계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안들이 많이 발의되어있는 만큼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법개정에 꼭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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