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합의와 관련해 “내게는 데드라인이 없다”며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과의 합의를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들은 지금 합의를 하고 싶어한다”며 “합의가 올바른 일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 합의가 자신이 원할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은 협상에서 매우 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홍콩인권법 서명이 중국과의 합의 가능성에 손상을 줬느냐는 질문에 “더 나아지게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항상 협상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있는 지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연이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발언을 홍콩인권법을 고리로 중국이 며칠째 미국을 위협하는 데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했다.
이에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로스 장관은 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추가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며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고 압박했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부터 그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중국이 이를 피할 시간이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철회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때까지 중국의 행동에 모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면에 나섰다. 3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방중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실장 격)와 만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내정 간섭을 하고 주권 및 안전을 위협하며 경제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민일보는 5일째 1면에서 홍콩 문제를 언급하며 대미 공세를 이어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일자 1면 논평에서 “미국이 홍콩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려 하지만 이는 모두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가 곧 ‘신뢰할 수 없는 실체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홍콩 문제 개입을 이유로 당분간 미국 항공모함 등 군함의 홍콩 기항을 허용하지 않고 5개 미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