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 1,560억달러에 추가 관세 15%를 물리겠다고 한 데드라인(15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이 전격적으로 1단계 무역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와 지식재산권 문제 등 첨예한 사안이 적지 않아 최종 협상 전망은 막판까지 안갯속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이날 인디애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또 다른 관세에 대한 시한이 오는 15일로 다가오고 있지만 시행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그들(중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가 그런 일환에서 나온 신호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일부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유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미중 협상 타결 임박의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중 합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마켓워치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로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재러드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면서도 미중 무역합의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런훙빈 중국 상무부 차관보도 이날 “미국과 중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무역합의가 최대한 빨리 달성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1.1% 감소하면서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는 합의를 서둘러야 하는 요소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가 중국산 전기버스와 궤도차 구매를 막는 ‘국방수권법’에 합의해 표결을 앞두고 있다. 국방수권법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이다. 현재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국영기업으로 궤도차를 생산하는 CRRC와 전기차 업체 BYD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CRRC는 연 180억달러(약 21조4,300억원) 규모의 미국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전기버스도 저가로 가격경쟁력이 높다.
법안은 중국의 간첩활동을 막기 위해 중국산 드론 구매도 금지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업체 DJI테크놀로지가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빠른 무역합의도 중요하지만 자국 기업들이 영업에 치명타를 입게 되면 무역협상의 정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핵심 이익 사안인 홍콩과 신장의 인권 문제도 무역합의에는 걸림돌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 10일 논평에서 미국의 신장 법안을 ‘쓰레기 법안’이라고 부르면서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쓰레기 법안으로 온갖 추태를 보인다”며 “미국 의회는 미국의 입법기관일 뿐 세계의 입법기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미중 협상이 다시 틀어지거나 1차로 15일 관세 부과를 하지 않고 이를 연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보좌관이 한 말을 보면 미중 양측이 매일 대화를 하고 있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만나 대화를 하거나 서명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난관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