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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과총 회장 "연구자, 삶과 일 분리 못해…'주52시간'은 융합시대에 역행"

[서경이 만난 사람]

R&D 현실 외면한 정책에 고언

단순 생산직에 적용되는 노동법

연구자에게 적용은 잘못된 발상

산업 환경에 맞는 노동정책 필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일도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어떻게 일과 삶을 별개로 분리할 수 있겠어요. 저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학자로서는 물론이고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에도 일벌레로 유명했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15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를 연구개발(R&D) 분야에도 무차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불거진 ‘워라밸’ 이슈에 대해 이 같은 고언을 던진 것이다. 그는 “연구자에게 있어 연구라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꿈속에서도 할 정도로 연구자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독일 과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도 벤젠의 화학구조를 연구하다가 꿈속에서 얻은 힌트로 고리구조를 발견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물론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서 (과잉 근로로 혹사당하면서) 교수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문제는 그것대로 고쳐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R&D에 노동법을 적용해 (단순 생산직에서나 적용되는) ‘나인 투 식스(오전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식 근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근로 형태와 시간 개념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융합적이고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는데 여기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나인 투 식스’식으로 일하라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며 “요즘 해외에서 발표되는 자료들에서도 워라밸을 옹호하지 않는 분석들이 나오더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삶의 일부로 사랑하는 김 회장의 태도는 최근 그가 출간한 저서에서도 알 수 있다. 하루에 보통 2~3개의 공식 행사 축사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바쁜 업무일정 중에도 9개월간 수면·식사시간을 줄여가며 자료를 찾고 원고를 집필해 600쪽에 육박하는 저서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펴냈다. 김 회장은 “원래는 700쪽이 넘는 분량의 원고를 썼는데 출판사 측에서 그렇게 많은 분량으로는 책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해 그나마 많이 내용을 덜어냈는데도 500쪽이 넘어갔다”며 “쓰고 보니 ‘이걸 정말 어떻게 썼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역사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고 신기술에만 집착하는 것이 우려돼 역사 속의 산업혁명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에 주목해서 이야기로 엮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저서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침 그의 과총 회장직 임기도 내년 2월이면 만료된다.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는 “회장 퇴임 후에도 비상근직으로 하게 될 봉사직이 몇 개 있다. 다만 저는 앞으로 무엇이 되겠다는 식으로 (작위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충실하게 일하고, 삶을 사는 방식을 택해왔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재임 기간 중 국내 600여개의 대형 학회 및 단체와 소통·협업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회적 문제를 과학기술적으로 푸는 프로젝트에 역점을 둬왔다. 특히 올해 출범시킨 ‘미세먼지 국민포럼’ ‘플라스틱 이슈 포럼’을 각각 6회씩 시리즈로 열어 해당 이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주목을 받았다.

김 회장은 국민의정부 시절 최장수 여성장관 재임 기록을 세우고 과총 차원에서도 첫 여성 회장이라는 역사를 남겼다. 그럼에도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정규직 비중은 아직도 20% 미만이라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육아·출산에 따른 경력단절로 한창 왕성하게 연구해야 할 나이에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보니 정규직 비중이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과학기술계 여성 인력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여성이 함께하는 R&D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대담=박태준부장 june@sedaily.com 정리=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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