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아픈 데가 없던 주부 A(46)씨는 이번 겨울 들어 추위가 유독 심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손과 발이 붓고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몸무게는 3㎏ 가까이 증가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그녀는 혈액검사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았다. 현재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다.
A씨처럼 겨울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타고 갑작스럽게 체중이 불어난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료인원은 2014년 약 41만3,000명에서 지난해 52만여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에게 발병이 잦은 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이 약 44만명으로 남성(8만여명)의 5.3배나 됐다.
◇지난해 진료인원 여성이 남성의 5.3배=갑상선의 기능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일이다. 이 호르몬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호르몬으로 신생아나 소아의 성장 및 두뇌 발달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며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한다.
갑상선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중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거나 갑상선 제거수술 등으로 호르몬 생성이 불가능해져 우리 몸의 대사작용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에너지를 만들고 소비하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우리 몸의 열이 떨어지고 추위를 많이 타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분비돼 열과 땀이 많아지고 더위를 많이 타는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대비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만성 피로감과 갑작스러운 체중증가 등을 동반한다.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져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며 말도 느려진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잘 먹지 못하는데도 몸은 붓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피부는 거칠고 차가워지며, 손발 끝이 저리며 쥐가 잘 나고 근육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임의로 약 끊으면 심장질환 등 합병증 위험↑=치료는 부족한 만큼의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통상 치료를 시작한 지 2∼3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좋아진다. 갑상선을 수술로 제거했거나 방사성 요오드치료 등으로 갑상선이 파괴됐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영구적인 만큼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자의적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질환, 의식불명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김정민 상계백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교수는 “증상이 없고 혈액검사에서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는 경우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지 않고 요오드 제한만 하면서 경과관찰을 하기도 하므로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한 후 치료 여부 및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 후 임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도 있다. 아이의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다만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를 위한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은 매우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고경수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미 생긴 갑상선 질환이라면 임신이나 수유 중이더라도 필요한 약물을 선택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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