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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이정규 대표 "20년간 3번의 창업…좌절 않고 재도전해 1.5조 대박 냈죠"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인정받던 대기업 직원서 벤처 창업가로

30대 초반 크리스탈지노믹스 공동설립

성공 후 재창업했지만 빚더미 떠안기도

인보사 사태·신라젠 쇼크는 '성장통'

규제 정비하면 K바이오 더 클 수 있어

정부 지원 줄이고 민간투자 확대해야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 활용한 신약개발

매년 1건 이상 신약후보물질 도입할 것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30일 경기도 성남시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남=성형주기자




4년 전 업계 선배와 대전에서 감자탕을 먹으며 나눴던 대화가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계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한 직후 고민이 많았던 이정규(사진) 대표는 지난 2016년 겨울 무작정 대전으로 향했다. 회사 선배였던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와 감자탕을 먹던 중 김 대표가 이 대표에게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이 물질을 사들였고 3년 뒤 1조5,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다. 이 대표는 30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LG화학에서 7년, 벤처에서 20년 신약개발을 진행하며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라 회고했다.

브릿지바이오는 NRDO라는 전략을 채택해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회사다.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만 담당한다(No Research, Development Only)’는 의미인 NRDO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연구단계를 건너뛰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후보물질 등을 외부에서 선별 도입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네 살짜리 회사 브릿지바이오는 16명의 직원만으로 거액의 기술수출계약을 따냈다.

이 대표에게 브릿지바이오는 네 번째 회사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LG화학에서 7년 만에 차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인정받았지만 퇴사하고 회사 선배와 벤처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창업했다. 공동 창업한 벤처를 성공시킨 후 독립해 단독으로 벤처기업을 새로 창업했다. 이 단독 창업회사는 안착하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이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스타트업을 세웠다.

안정된 직장을 버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왜 창업의 길에 뛰어들게 됐을까. 1993년 LG화학에 입사한 이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절대 망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은행원들이 넥타이를 맨 채로 굳게 닫힌 은행 앞 경찰들을 밀어내고 농성하는 것을 바라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29세였던 그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직장이던 회사가 자전거래 등을 한 여파로 보유했던 우리사주에서 상당한 손실을 본 이 대표는 해당 직장에 실망해 퇴사하는 방향으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마침 2000년 당시 직장 선배였던 조중명 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가 퇴사를 결심하고 창업을 하기 직전 그에게 ‘합류할 거지?’라고 질문을 던졌고 이에 이 대표는 주저함 없이 ‘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크리스탈지노믹스에서 바이오벤처 중 처음으로 탄생한 골관절염 치료제 국산 신약인 ‘아셀렉스’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다. 이때 스타트업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카페에서 퇴사를 결심했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나눴던 아이디어에서 회사가 생겨나고, 이렇게 태어난 회사가 저희의 힘으로 회사다운 모양을 갖추고 신약을 개발하고 상장까지 하는 것을 바로 지켜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벤처기업에서 계속 일하게 됐습니다.”

이후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설립해 국내에 NRDO 모델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LG생명과학(현 LG화학)에서 췌장암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을 들여와 개발에 나섰다. 변변한 치료제가 없었던 만큼 경쟁력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첫 번째 독립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이야 미국에서 투자받는 바이오텍의 30%가량이 NRDO 모델을 채택했지만 당시는 NRDO라는 모델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물질을 발굴한 것도 아니고 변변한 연구소도 없던 렉스바이오에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이는 없었다. 급한 마음에 OOO홀딩스라는 투자사의 투자를 받았다가 탈이 났다. 이 회사가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은 뒤 도주해버린 것이다. 회사는 망했고 이 대표도 금융감독원에 불려가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다. 거액의 빚만 남았다. 이 대표는 이 당시를 회고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정말 원망했습니다. 화를 가라앉히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부족했던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급하다는 이유로 아무한테나 투자를 받았고 그 이후로도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했습니다.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면 다들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판단 착오였습니다. 망했지만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 중 브릿지바이오에 투자한 사람도 있습니다.”



당시 얻었던 교훈들은 브릿지바이오 창업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투자를 받을 때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됐고 본사에 ‘미디어룸’을 설치해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회사의 임상 진행상황, 기술 도입 등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전달한다. LG생명과학 출신 인사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LG화학 의약품사업부(옛 LG생명과학) 출신 바이오벤처 대표들의 모임인 ‘LG오비모임’을 꾸려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기술수출했던 신약후보물질을 추천한 김용주 대표 역시 LG오비모임의 일원이다.

인보사 사태, 신라젠·헬릭스미스 쇼크 등으로 바이오 시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차갑다. 이 대표는 이러한 시선에 대해 “K바이오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만큼 일어날 수 있는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오벤처야말로 과학과 자본의 협주곡인데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꾸준한 기초과학 투자로 신약 발굴역량이 높아졌고 바이오 붐으로 민간투자 규모가 1조원을 넘을 만큼 커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전후로 생긴 바이오벤처들은 투자를 잘 받은 만큼 제대로 된 연구를 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국내 시장이 작고 규제 기관의 경험도 적어 불리한 점도 있었지만 덕분에 일찍이 외국으로 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교류를 늘리며 극복했습니다. 기술력이 좋은 일본에서 우리의 해외진출 역량을 부러워하고 영국 등 해외 바이오벤처가 국내에서 투자를 받고 상장을 준비할 정도니까요. 관련 규정과 규제만 정비하면 바이오 산업이 더욱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역할로 기초연구 투자와 상장심사의 간소화를 꼽았다. 개발 그 자체는 시장논리에 따라 진행하는 만큼 정부의 기업투자를 줄이고 민간의 기업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정부지원과제를 ‘끊기 힘든 마약’이라고 하면서 “개발 부문에서 정부지원과제는 기술수출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위 ‘돈 안 되는 사업’이 많은데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월급처럼 돈을 준다는 이유로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민간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하면 ‘기술성평가’ ‘대주주 지분율’ 등 다른 나라와 동떨어진 규정을 내세운다”며 “미국 등에서는 기술평가, 적정가격 모두 주관사가 선정해 창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회사가 역량을 인정받고 기업공개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에게도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기 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회사가 어떤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질환을 치료하는지, 경쟁 약물이 무엇인지, 몇 차 치료제인지 파악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암 종류만 200가지입니다. 두루뭉술하게 ‘암을 정복하겠다’고 말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안 됩니다. ‘비소세포성폐암의 3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시장은 어느 정도 규모고 선제약물로 어떤 약들이 있으며 이들의 단점이 이런 부분인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회사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는 브릿지바이오의 다음 목표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을 꼽았다. 매년 1건 이상의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고 매년 1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술수출한 물질의 모든 권리를 일시불로 지급받는 ‘로열티 파이낸스’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목돈을 받을 수 있어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솔직히 1년에 1건씩 기술수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30일 경기도 성남시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남=성형주기자


He is… △1968년 충남 부여 △1991년 서울대 화학과 △1993년 서울대 화학과 석사 △1993~2000년 LG화학 연구기획·사업개발 차장 △2000~2007년 크리스탈지노믹스 최고재무책임자(CFO) △2008~2012년 렉스바이오 대표이사 △2015년~ 브릿지바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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