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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초저금리가 바꿔놓은 것





“은행에 뭐하러 돈 넣어. 금리가 15%밖에 안 되는디.”

최근 하나은행이 내놓은 금리 연 5.01% 특판 적금에 132만명이 몰렸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스레 5년 전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난 2015년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얘기다. 주인공 덕선의 아버지(성동일)가 “금리가 쪼까 내려가지고 15%여”라면서도 “목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 따박따박 받는 게 최고”라고 조언하자 한 이웃은 “금리가 15%밖에 안 되는데 뭐하러 넣느냐”고 핀잔한다. 1년에 수익 5%, 그것도 월 적립액이 30만원에 불과해 손에 쥐는 1년 이자는 8만원 정도인 적금에 사흘 만에 4,000억원 가까이 몰리는 지금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대화다.



‘뉴노멀’이 된 초저금리가 뒤흔든 것은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 세대뿐만이 아니다. 젊은 세대에 기준금리 1.25%가 바꿔놓은 것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던 오랜 믿음이다. 은행에만 돈을 맡겨놔도 연 10~20%씩 불어나던 때를 상상해보면 윗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하지만 취업해서 돈을 벌고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자산을 꾸리고 집을 늘려가는 기쁨을 느낄 것이라던 희망을 지금은 도무지 갖기가 어렵다. 오히려 5%대 적금 열풍이 보여준 ‘짠테크’와 그 정반대의 ‘욜로’ 사이에서 우리 세대는 현재를 버티기도 급급한 게 현실이다.

식어가는 경제를 떠받치려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미 제로금리의 효용성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책 수단이 빈곤한 정부로서는 금리 카드가 여전히 매력적인 듯하다. 금리 인하의 효과를 신뢰한다 해도 문제는 엇박자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면 가계에 돈이 돌아야 하는데 정부는 대출 규제를 오히려 강화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9억원·15억원 ‘금’을 그어놓으니 집값은 되레 ‘상한선’을 향해 달린다. 미래 상환능력을 담보로 대출을 얹어야만 ‘집을 늘려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젊은 세대는 그냥 오늘을 버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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