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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칼럼] 코로나19와 공급사슬 리스크 관리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韓산업, 중국산 부품의존도 높아

생산차질 불가피...셧다운 공포도

가격경쟁력만큼 지속가능성 중요

핵심소재 조달처 다변화 추진해야

정인교




지난주 미국 출장길에서 본 외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중국보다 우리나라의 위험을 오히려 더 강조하는 듯했다. 중국의 재앙은 이미 널리 알려졌기에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백명이 집단적으로 확진 판명이 난 사실에 세계 언론은 주목했다. 영국 등 9개 국가가 한국인 입국절차를 강화했고 이스라엘·요르단 등이 한국인 입국자를 거부하는 상황도 뉴스를 탔다. 심지어 필자에게 고향을 물어보기도 했다.

확진자는 9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0명이나 됐다. 우리나라는 중국 외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창궐하는 국가가 됐다. 급기야 정부는 최고 위험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국무총리가 사태해결을 총괄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영향은 경제 분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높은 전염성 탓에 사람 간 접촉을 기피하면서 많은 모임이 취소되고 심지어 병원에 가는 것도 미루고 있다. 식당·호텔·극장·유통·관광·교통·오락문화·의료 등 많은 서비스업에 대한 타격이 심각해지고 있다.

글로벌공급사슬(GVC)로 연결된 제조업의 가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제조업은 어떤 형태로든 중국과 공급사슬로 연관돼 있다. 부품수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 생산설비 가동이 지장을 받는가 하면 마스크 생산공장도 중국산 부직포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의 우한은 GM·닛산·르노·혼다·푸조·시트로엥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및 부품 기업이 진출해 ‘자동차의 도시’로 불린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글로벌가치사슬 산업이다. 일반 소비재 중 자동차는 공급사슬이 가장 길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게 확산해 있다. 2만개 내외의 부품이 필요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장 싸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조달해 쓰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가장 피해가 큰 산업으로 자동차산업이 거론된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시와 남북으로 연결된 지역은 물론이고 베이징 등 대도시가 사실상 봉쇄 상태에 있어 중국 내 제조업의 조업 정상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온이 올라가는 4월에 전염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을 계기로 국내외 기업들은 부품조달 다변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체가 어려운 부품을 한 공급자에게 의존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지진 외에 태국 홍수,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 등을 겪으면서 공급사슬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중국 외 추가로 하나의 공급자를 확보하는 이른바 ‘중국+1’을 기업경영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추가 공급자의 가격이 비싸더라도 언젠가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에 대한 관리 비용으로 생각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물량을 제공해 거래관계를 유지했다.

우리 기업도 비슷한 리스크 관리를 해왔을 것이지만 일본만큼은 확실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리겠으나 코로나19는 통제될 것이고 중국 공장 조업도 정상화될 것이다. 위기가 끝나면 위기 극복 과정에서 논의됐던 많은 리스크 관리 방안들은 슬그머니 사라지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우려했듯이 바이러스 전염병은 언제나 창궐할 수 있다.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공급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가격경쟁력 유지가 중요하지만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보험으로 생각하고 공급사슬 리스크 대안을 늘 염두에 두어 평소에 구매 등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난 10여년 사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주로 환경이슈와 관련돼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품조달과 공급사슬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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