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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내 운행중단"…굿바이 타다, 혁신핸들도 꺾였다

'타다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베이직 서비스 잠정 중단 예정

업계 "스타트업 생존원리 간과"

신산업 외국인투자도 감소 우려





타다가 결국 시동을 끈다. 2018년 10월 등장해 172만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모빌리티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지 1년 5개월 만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자 타다 측은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소비자 경험을 뒤바꾼 혁신서비스가 택시로 대표되는 기존산업 기득권의 벽에 막혀 좌초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타다금지법’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11~15인승 승합차 임차 시 운전기사 알선을 일부에만 한정하고 있어 타다는 현행 운영 방식으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

결국 타다 측은 애플리케이션 공지사항을 통해 “법안 공포 시 ‘타다 베이직’을 1개월 내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임산부 등을 위한 ‘타다 어시스트’는 이미 지난 7일 서비스 종료했다. 타다 측은 “큰 비용을 감당하며 운영해왔지만, 타다금지법 통과로 투자 유치가 불투명해져 서비스 유지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규제로 인한 투자 악화’다. 서비스 출시 후 줄곧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에 타다에게 지속적인 투자 유치는 생존과 직결됐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규제와 택시 업계의 반발로 지난해 하반기 수천억원대의 투자 유치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 법원이 지난달 19일 타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다시 투자 유치의 발판을 마련한 듯했으나 결국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타다를 금지하면서) 벤처 강국을 만들고 혁신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타다에 투자하기로 했던 외국 투자자는 ‘충격적이고 한국에 앞으로는 투자 못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털어놓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도 입장문을 통해 “(타다금지법 국회 통과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기존 택시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생사여탈권’을 쥐어버렸다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스타트업은 벌써부터 얼어붙은 투자 시장 앞에 길을 못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회사 쏘카는 4월 타다 사업부문을 분할하고, 독립법인을 만들어 ‘유니콘 농장’이 되겠다고 예고했으나 이 계획 역시 무산될 공산이 크다. 타다 베이직이 타다의 주요 서비스인데 한 달 후 중단되면 독립법인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재웅(오른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 타다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모빌리티 분야만이 아니라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문제 해결’이라는 스타트업의 생존 원리를 간과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스타트업은 기존 업체나 서비스가 만족 시키지 못한 고객의 필요 충족을 사명으로 삼기에 성장 과정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스타트업 성공사례는 대부분 모빌리티에서 나왔고, 그 이유는 이동이 수백 년 간 가장 불편한 서비스였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그랩’은 금융 분야까지 진출하며 동남아시아의 생활 일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특히 창업을 준비할 때 법률 검토까지 받은 사업을 정부 맘대로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게 가장 절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체계와 마찰을 빚은 사례는 타다가 처음이 아니다. 부동산 플랫폼인 ‘직방’과 ‘다방’은 공인중개사협회 측의 일방적인 매물 셧다운 등 견제로 인해 사업 다변화에 실패하고 앱 중개 서비스에 머무르고 있다. 지방에 방치된 빈집에 공유숙박 사업모델을 접목한 ‘다자요’는 농어촌정비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해당 부문 사업을 접어야 했다. 온라인 변호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 ‘크몽’은 서울변호사회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인사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자버’ 역시 한국공인노무사회로부터 업무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데모데이 행사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사업성을 인정받았으나, 법적 근거가 모호해 현재 규제 샌드박스 신청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CEO는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규제 이슈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주변 대표들 역시 힘 빠진다는 분위기”라며 “초기 스타트업들은 규제샌드박스 신청 과정에서 법률 리스크로 사실상 매일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 분야 전문가로서 다수 스타트업에 자문을 제공해온 이헌주 변호사는 “기존 산업체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행 법이나 규정으로 스타트업을 불법화하고, 사업영역을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주원·오지현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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