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공급망에 이어 수요까지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유가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와의 감산 합의 결렬 이후 나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30% 넘게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저유가는 미국 석유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코로나19로 위기감이 커지는 미국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3면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선물가격이 한때 배럴당 31.02달러(-31.5%)까지 폭락했다. 이는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저 2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유 가격이 급락했던 2014년에 이어 러시아가 또다시 미국과 원유 패권전쟁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러시아가 미국경제와 셰일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해 감산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난관에 부딪힌 세계 경제가 설상가상 원유 쇼크라는 메가톤급 연쇄 충격파까지 겹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유가가 나이지리아·브라질 등 산유국 경기둔화, 부채가 많은 미국 석유회사에 재정적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 크데리 전 엑손모빌 중동지역 선임고문은 “(저유가가) 코로나19와 겹치면 원투펀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처음으로 연 0.5%를 밑돌았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석유가 시장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김기혁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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