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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코로나19 이후가 더 두렵다

김영기 논설위원

경제회복되면 승자 전리품 더 풍성

수십년 힘의 균형 바뀔 가능성 큰데

규제족쇄·이념 매몰땐 낙오 못면해

경제체질 개선 골든타임 실기 말아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거장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지난해 펴낸 ‘서사 경제학’에서 바이러스의 실체적 위험과 투자자들이 느끼는 공포 사이의 상관관계를 얘기했다. 지난 1929년 대공황 당시 실업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아 위기가 증폭됐듯 바이러스와 관련한 소문들이 투자자의 공포를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뿐 아니라 과학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러티브에 바탕을 둔 공포까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무서운 내러티브 때문에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진단처럼 지금 시장은 전염병이라는 실체적 두려움과 경기 추락의 바닥을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공포에 짓눌려 있다. 국가들이 지닌 정책적 무기로 경제 충격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 염세론마저 엿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역병에 걸린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산 자를 무차별 공격하듯 코로나19 공포에 휘말린 투매의 쓰나미가 시장을 파괴할 듯 덤벼들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상황이 지나가면 (주식과 경제 모두) 엄청난 급등을 볼 것”이라고 외쳤지만 이성적 판단을 바라기에는 전염병을 치유해낼 인간의 과학적 역량이 초라하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라진다. 당장은 대공황에 버금갈 만큼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촌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축적한 위기대응 시스템으로 지금의 위기도 이겨낼 것이다.

관건은 만신창이가 된 각국의 경제가 회복의 길에 들어설 때 새롭게 생기는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로 모인다. 코로나19의 포탄에 무너진 기업이 나올 때 그들이 남긴 빈 공간을 차지하는 나라와 기업은 어느 때보다 풍성한 전리품을 취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기업들이 쌓아온 힘의 균형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승자독식의 순간을 맞이할 힘을 지녔는가. 불행하게도 ‘예스’라고 답하기에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정책 책임자들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때문에 L자형의 장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침체의 터널로 빠져들고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이다. 기업들은 현 정부의 우악스러운 반기업·친노조 정책에 질려 해외로 탈출하기 바쁘던 참이었다. 공단에는 상속세에 가위눌려 폐업하는 곳이 넘쳐 났다. 코로나19로 자영업이 붕괴하고 있다지만 치솟는 최저임금에 이미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오래전부터 치유하기 힘든 몹쓸 병을 만들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에 정책 실패를 덮을 면죄부를 부여할지도 모른다. 추후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논쟁이 일었을 때 현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멀쩡한 경제가 코로나19 때문에 망가졌다고 주장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 시국이라며 전례 없는 대책을 주문하면서도 정책 기조의 변화를 단 한 번도 말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이상으로 아픔을 준다. 이대로라면 코로나19 이후 경쟁국가들이 무섭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때 우리는 규제 족쇄와 이념에 매몰된 이들의 외골수 정책으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게 뻔하다. 돈에만 의존하는 모르핀 처방에 길든 경제의 끝이 어디인지는 자명하다.

경제 위기의 전개 과정을 공부해온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3년 펴낸 ‘위기극복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 위기를 겪는다는 것은 중병에 걸린 것인데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원기를 회복하고 필요하면 수술로 환부를 도려낸 뒤 운동과 영양섭취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 경제 위기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려면 경기 회복을 위한 단기 거시정책과 함께 금융과 산업의 구조개혁으로 환부를 도려내고 과학기술 개발 등으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지도자들은 그럴 준비가 돼 있는가. 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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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15:44:06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