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라도 아끼기 위해 집에 돌아왔는데, 서울 자취방 35만원은 꼬박꼬박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1년 전부터 월 40만원에 자취를 하고 있던 대학생 유모(22)씨는 지난 2월 같은 방을 5만원 싸게 계약했다. 하지만 개강 초기 잠깐 머물다 곧바로 울산에 내려왔다. 온라인 강의라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는데다 식비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서울이나 울산이나 구하지 힘든 건 마찬가지여서 ‘절약’을 택했다. 정씨는 “온라인 강의가 사실상 1학기 전체로 연장될 것 같아 방을 내놓았지만 소식이 없다”며 “일단 전기와 수돗물을 끊어 관리비를 없앴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올라와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김모(25) 씨는 요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원에 자취방을 구해 놓고 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매달 월세로 30만원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여기에 관리비 명목으로 3만원도 함께 내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대구에 주소를 두고 있다 보니 대구가 코로나19의 원조처럼 비춰져 선뜻 자취방에 입성하려 해도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이 있어 당분간 올라갈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의 경우 대학가에서 지내는 사례가 많다. 서울 성북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한모(23) “졸업을 앞두고 있기에 주로 활동을 서울에서 하는 게 더 유리한 면이 많을 것 같아 머물고 있다”면서도 “비싼 집값에 방을 빼지도 못하고 학교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주거 문제만큼 심각한 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이다. 스스로 ‘사이버 대학생’으로 지칭하지만 뒤따르지 못하는 현실에 아쉽기만 하다.
한모씨는 “미디어학부(신문방송학)는 특성상 영상이나 팀프로젝트가 많은데. 이러한 실습수업 때 실제로 보고 배우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다”며 “이론 수업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에 훨씬 더 싸고 좋은 강의들이 있어 아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정모(22)씨는 “다른 곳에서 사용했던 강의나 관련성이 떨어지는 영상으로 본 강의를 대체하기도 한다”면서 “강의를 이해하는데 자료가 부실한 경우도 있어 수업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불만이었다.
일부 학생은 “기존 사이버 대학보다 퀄리티나 인프라도 훨씬 안 좋은 온라인 강의하면서 등록금은 그대로 받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회 차원에서 등록금 인하 요구가 잇따르고 있으나 현재 대학들은 이를 거절하고 있는 상태이다. 학교 측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대응하기 위해 추가 지출이 있었다는 이유였는데,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수업의 질 저하는 물론, 학교 시설 이용제한 등 학교가 이전에 제공했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의 불편함이 크다.
대학생 노모(25)씨는 “시설 유지비 명목으로 걷어 간 등록금의 일부라도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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