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068270)그룹이 러시아에서 벌인 해외농업개발사업에서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고 손을 뗐다. 매년 수십억대 적자를 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더불어 비주력사업 분야에서 잇단 고배를 마시고 있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100% 자회사 ‘셀트리온 돈’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돈은 셀트리온이 2009년 9월 러시아 로스토프주에 세운 해외농업개발 자회사다. 당시 정부의 해외농업개발 정책에 편승해 러시아에 진출했다. 농장 규모는 직영이 62㏊, 위탁영농부지 706㏊ 등 모두 768㏊(약 232만평)에 달한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규모를 5만㏊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셀트리온돈은 이 농장에서 오이와 토마토, 양파 등을 재배했으며 한 때 유기농 한약재를 만들어 국내에 들여왔다. 최근까지는 밀을 중심으로 경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를 주업으로 삼는 셀트리온이 불쑥 농업 사업에 뛰어든 것을 두고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었다. 셀트리온은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농산물에서 바이오의약품 원료를 발굴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셀트리온의 야심찬 계획과 달리 농업개발에 뛰어든 지난 10년간 성적표는 참담했다.
셀트리온돈이 셀트리온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며 실적이 공시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간 순손실은 180억원이 넘는다. 2016년 한 해 약 14억원의 흑자를 올렸을 뿐 2014년에는 적자규모만 84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잇단 경영실패에 2013년 자산만 83억원 규모의 셀트리온돈은 결국 휴짓조각 신세를 면치 못했다.
셀트리온돈과 러시아에 함께 해외농업개발 목적으로 설립된 셀트리온예브라지아는 지난해 말부터 기존 역할을 바꿔 러시아 내 의약품 유통망 구축을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측은 셀트리온돈의 청산 배경에 대해 함구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등 주력사업 호조와 달리 본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신사업에서는 줄곧 부진을 겪고 있다. 셀트리온을 지배하는 셀트리온홀딩스의 100% 자회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투자·배급·제작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흥행에 참패하는 등 지난해 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년 연속 누적 영업손실은 63억원을 웃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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