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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줄테니 5월중 원유 가져가라"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본 '마이너스 유가']

원유 수요 감소·저장 공간 부족

유동성 넘쳐 선물시장 변동성 커져

원유 수요 상당기간 부진 가능성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4월 20일 월요일,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달러로 300% 넘게 급락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는 선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생긴 일시적인 수급 영향이 컸다. 실제로 WTI 현물과 6월 인도분 WTI는 각각 30%, 18% 하락한 12.0, 20.4달러로 마감하며 5월 인도분 대비 하락폭이 훨씬 적었다. 또한, 만기를 앞두고 5월 인도분은 재차 플러스로 전환됐다. 즉 마이너스 유가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유가는 매우 놀라운 현상임은 틀림이 없다. 이론적으로 선물가격은 만기에 다다를수록 현물가격에 수렴해야 한다. 가격이 수렴하지 않을 경우, 간단한 차익 거래를 통해 무위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무차익거래 원칙이라 부른다. 하지만 5월 선물 만기를 앞두고 가격 차이는 엄청나게 확대됐다. 도리어 5월 인도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돈을 얹어줄테니 5월달 중으로 원유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원유 수요의 급격한 감소와 재고 축적에 따른 저장공간 부족이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며 경제활동이 중단됐고, 이에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 주요 기관들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하루평균 1,600~3,500만배럴의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수요 급감으로 인해 원유 재고가 빠르게 축적되며 저장능력도 부족해졌다. 실제로 WTI선물의 실물 인도 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지역의 원유 재고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보관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알려진 수상 저장고 재고도 1억2,000만배럴을 기록하며 2016년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원유 현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선물을 매수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수요 감소와 저장공간 부족으로 현물을 사주는 곳이 없다. 물론 마이너스 유가인 상황에서 단순히 ‘롱(매수) 포지션’을 통해 돈과 원유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저장공간 부족으로 쉽사리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5월 인도분이 급락했고, 결국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모든 상품 가격과 마찬가지로 유가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간단한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 19세기 후반부터 1986년까지 공시가격체제와 OPEC 관리가격체제가 있었으나, OPEC의 영향력이 축소되며 모두 폐지됐다. OPEC 감산, 중동 정치적 불확실성 등 요소들 또한 궁극적으로 공급 혹은 수요에 귀결하게 된다. 물론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대규모 글로벌 유동성이 선물시장에 대거 유입되며 이러한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에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원유 수요는 상당기간 동안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2차 확산 우려도 부각되며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추가적인 공급 조절을 통해야만 저유가 상황을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기 OPEC+ 회의의 공식일정은 6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다. 공식회의 전 OPEC+ 긴급 회의를 통한 감산 규모 확대와 기타 산유국의 감산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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