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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큰 정부가 온다

김영필 뉴욕특파원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적에, 자신을 전시 대통령에 비유했을 때 이미 ‘큰 정부’의 귀환은 시작됐다. 코로나19에 사실상 전국이 셧다운(폐쇄)됐던 미국은 3조달러(약 3,700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만 3조7,000억달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7.9%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79%였던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101%를 거쳐 내년에는 10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정부는 민간에도 개입한다. 제너럴모터스(GM)에는 인공호흡기를, 3M에는 마스크를 강제로 만들게 했다. 자유와 사생활이 최우선인 나라에서 스마트폰에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넣기로 했다.

공공 부문은 생물체와 같아서 자기증식 본능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보다 이후의 세계에서 정부의 몸집은 더 커질 것이다. 균형재정 기조를 무너뜨리고 7,500억유로의 경기부양책을 꺼낸 독일이나 237%에 달하는 정부 부채에도 58조2,000억엔의 국채를 찍기로 한 일본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홍콩 사태 수습 및 코로나19 진원지 우한에 대한 방역과정에서 보여줬듯 억압과 통제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책임소재를 두고 미국·유럽연합(EU)·일본과 중국 사이의 파열음은 커지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각국 정부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압력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큰 정부로 가고 있다. 1·2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30조원에 육박하는 3차 추경이 예고돼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보다 많다.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안정기금 채권에 국가보증도 선다. 외환위기 때 168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2008년 정부의 외화채권 지급보증으로 파산을 모면한 은행권이 지금까지 수수료 하나 마음대로 못 올리듯 앞으로 항공을 비롯해 많은 업체가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일 확률이 높다.

위기에는 큰 정부가 답이다. 두 번의 위기도 그렇게 이겨냈다. 과도한 부채를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도 “전쟁 때는 재정건전성에 눈 돌릴 틈이 없다”고 했다. 위기에 돈을 쓰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온다.



문제는 중장기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미 국채를 무제한 사들일 수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대우그룹은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노무라증권의 보고서가 붕괴의 시발점이 됐고 2008년에는 ‘가라앉는 느낌(sinking feeling)’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사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해외 투자가들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했다. 가능성은 작지만 그들만의 잣대로 우리의 부채 문제를 제기하는 날,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

지금은 재정을 풀면서도 10년·20년 뒤 부채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데다 잠재적인 통일비용을 지고 있다. 지난해 거둔 연 2% 성장률 가운데 나랏돈으로 일궈낸 부분이 1.5%포인트나 되는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며 자랑하는 청와대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나흘 전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을 위해 필요한 돈은 어디에든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저항(?)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청와대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같은 반응을 기재부에 원했겠지만 알아둘 게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상처를 입고 국가 위기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DNA에 아로새겨진 기재부는 미 재무부와 태생부터 다르다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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