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도날드가 일본 대표 버거로 ‘가루비(갈비·かるび)맥’ 버거를 소개해 원조 논란이 불거졌다. 생고기를 불판에 구워먹는 한국식 고기구이 갈비를 일본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루비’는 한국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갈비’의 일본식 발음으로, 과거 김치-기무치(キムチㆍ김치의 일본식 발음) 논란이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맥도날드 전단지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쇠고기 버거 관련 광고가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이 광고는 전 세계 맥도날드의 쇠고기 버거를 소개하면서 캐나다의 ‘마이티비프오리지날(マイティビ-フオリジナル)’, 영국의 ‘스모키 바비큐(スモ-キ-バ-ベキュ-)’와 함께 자신들이 개발했다고 알리며 일본 대표로는 ‘가루비맥’을 내세웠다.
일본에서는 불에 굽는 고기요리를 보통 야키니쿠(やきにく)로 통칭하다. 무엇보다 외래어 표기는 ‘キムチ(기무치·김치의 일본식 발음)’나 ‘マッコリ(막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 등과 같이 가타카나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갈비’는 가타카나인 ‘カルビ’가 아닌 히라가나 ‘かるび’로 표기했다.
이 때문에 가루비를 외래어를 표기하는 가타카나가 아닌 히라가나로 썼다는 점에서 공분을 더했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갈비’가 아닌 ‘갈비 버거’라는 메뉴를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부분은 이해되지만, 명백한 외래어인 ‘갈비’를 히라가나로 표기한 것은 갈비를 일본음식화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무치와 막코리(マッコリ·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는 가타카나로 표기해 외국의 음식이란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며 갈비 표기방식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 음식을 훔치려 한다”며 일본 맥도날드 홈페이지를 찾아가 항의 글을 남기고 있다. 한 누리꾼들은 “갈비버거가 일본에서 예전부터 판매되어 왔지만 히라가나로 사용한 점, 일본 국기가 붙어 있는 점 등 때문에 갈비를 일본요리로 착각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답다. 외국어도 외국음식도 히라가나로 쓰면 자국 것이 될 것이라는 발상”이라는 비난했다.
다만 가루비맥은 4년 전인 2016년 일본 맥도날드 45주년 기념으로 나온 제품으로 이번에 새로 선보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갈비살을 일본 발음대로 쓴 것이지 한국의 갈비와는 관계가 없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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