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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올 줄 알았다"는 이춘재 3번 풀어준 경찰…이젠 처벌도 못한다

이춘재. /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경기도 화성군 일대 연쇄살인사건인 일명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7)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첫 사건 발생 34년 만에 마무리됐지만, 경찰의 부실수사와 이춘재의 공소시효 문제 등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춘재는 당시 경찰의 용의선상에 세 차례나 올랐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배제됐고, 결국 진범으로 몰린 윤모씨는 20년 동안이나 억울함 옥살이를 했다. 또 34년 만에 진범 여부가 밝혀진 이춘재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은 2일 이춘재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성폭행, 강도질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살해된 피해자 대부분도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춘재는 1986년 8월 발생한 초등생 강간사건과 1988년 9월 8차 사건, 1989년 7월 발생한 초등생 실종사건 등 3건의 사건과 관련해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6차 사건 이후에 발생한 1986년 강간사건 당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1988년 8차 사건 때는 경찰이 이춘재의 음모를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 의뢰까지 했지만 ‘현장음모와 혈약형 및 형태적 소견이 상이하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또다시 수사를 접었다. 1989년 초등생 실종사건과 관련해서도 6차 사건에서 확인된 용의자 족장(255㎜)과 이춘재의 족장(265㎜)이 불일치하는 이유로 용의선상에서 배제됐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과거 부실수사를 사과했다. 배 경찰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춘재 . /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춘재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여전하다. 이춘재는 지난 1991년 4월3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살인죄 공소시효 15년의 적용을 받는다. 이 시점은 마지막 살인 사건인 ‘10차 사건’ 피해자 권모(69)씨의 시신이 화성군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발견된 시각이다.

따라서 이춘재의 공소시효는 이날로부터 15년 뒤인 2006년 4월 2일을 기해 만료됐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지난 2007년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가 2015년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폐지됐으나, 이춘재에게는 두 가지 모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도 이춘재에 대한 재수사를 개시할 당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수사를 시작했었다.



경찰의 강압수사도 이춘재 사건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진범으로 몰려 20년을 복역한 윤모씨에 대한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 혐의로 ‘8차 사건’ 수사라인에 있던 경찰관과 검사 8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범인으로 몰인 윤모씨를 불법 체포한 뒤 감금하고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춘재는 4번째 조사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모든 범행을 자백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십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를 토대로 이춘재의 범행 동기를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어린 시절 억눌렸던 자아가 군 복무 시절 기갑부대에서 탱크를 모는 등 성취감을 느낀 것을 계기로 풀리면서 그동안 채워놓았던 마음의 ‘걸쇠’를 풀어버렸다는 것이다. 이후 성적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시작했고, 점차 잔혹하고 가학적 사이코패스형 범죄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이춘재가) 처음부터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성욕 해소를 위해 범행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저항해 첫 살인을 저지르게 된 뒤부터 성폭행후 살인이라는 연쇄 살인자로 변했다”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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