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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 자네티 “그래야만 한다. 음악이어야 한다”

경기필 삼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 온라인 간담회

18일 대면 공연 앞두고 伊서 입국·자가격리 중

“인간 삶서 예술 가치 잊혀지는 것 두려워”

모차르트·베토벤 소규모 편성으로 프로그램 변경

“두 음악가 마지막 작품…삶의 대비 보여주고파”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상임지휘자가 9일 진행된 온라인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간담회 영상 캡쳐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서라면 2주의 자가 격리와 불편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속에 이탈리아에 머물던 마시모 자네티(사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상임지휘자는 최근 한국에 입국했다. 오는 18~19일 각각 경기아트센터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경기필 앤솔러지 시리즈 IV - 모차르트&베토벤’을 위해서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이후 경기필이 처음 관객과 대면으로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더 강한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돌아왔다.” 마시모 자네티는 9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무대에 대한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입국해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중이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갇혀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운을 뗀 그는 그러나 “예정된 공연을 무사히 마치기 위한 것”이라며 모처럼 이뤄질 관객과의 만남에 설렘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만남이다. 그는 “수백 통의 전화를 하고, 비행기도 몇 번이나 예약과 취소를 반복했다”며 “그럼에도 우리 삶에서 예술의 가치가 잊혀지는 게 나를 두렵게 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월 베를린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반년 넘게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음악가로서의 인생에서 처음 겪어본 일이었다.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음악가들이 불확실성 속에 ‘다음 무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3일 내내 도서관에 틀어박혀 모든 악보를 찾아보며 오케스트라 규모를 줄일 방법을 연구했어요.” 고난의 하루하루였지만, ‘음악을, 무대를 멈춰선 안 된다’는 생각은 그에게 또 다른 동기를 부여했다.

이 같은 고민과 노력은 이번 공연에도 반영돼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70명의 합창단과 함께하는 말러 교향곡 3번이 연주돼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대규모 편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경기필은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변경된 연주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소규모 편성 작품이다. 첫 곡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팀파니, 트럼펫, 클라리넷을 배제한 비교적 간소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선보인다.



두 곡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인생 마지막을 장식한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선곡 이유에 대해 마시모 자네티는 “대비를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으로 그가 생을 마감한 1791년 초 완성됐다. 건강도 경제적 상황도 힘든 시기를 보냈던 모차르트가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자 이 곡을 작곡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담았다고 전해진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도 그가 생을 마감하기 5개월 전 완성한 곡으로 평화로운 정서가 지배적이다. 곡이 완성된 1826년은 그의 삶에 시련이 드리웠던 시기지만, 이 이 작품에선 밝은 해방감과 종교적인 정화의 정서가 느껴진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대비라고 했어요. 지금도 자연과 우리 주변의 죽음이 완벽하게 대비를 이루는 시기죠.” 마시모 자네티는 이번 선곡으로 특수한 상황을 함께 나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의미의 평안과 사색의 기회를 던져준다.

베토벤의 최후의 작품 4악장엔 이런 메모가 적혀있다. ‘괴로워하다 힘들게 내린 결심(Der Schwergefasste Entschluss),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마시모 자네티는 “나에게 이 질문은 ‘음악이어야 하는가? 그렇다 음악이어야 한다’”라며 “음악은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자 자신만의 해석이 있겠지만, ‘그래야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이 ‘그렇다’이길 바란다”고 웃어 보였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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