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가협회가 국회의원 질의에 반발하며 “소설 쓰시네”라고 발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설 문학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설가협회는 30일 김호운 이사장과 회원들 명의로 성명을 내고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한 것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라며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추 장관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과 법무차관의 대가성 인사 의혹을 연결지은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답변했다. 이에 윤 의원은 “소설가가 아닙니다”라는 말로 대꾸했다. 협회는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며 거짓말과 소설에서의 허구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소설은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라며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협회는 거짓말 행위를 소설 쓰는 것에 비유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했다. 1974년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소설가로만 구성된 국내 유일의 문인 단체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전문]법무무 장관에게 공개 해명 요청 성명서 |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소설 쓰시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윤한홍 국회의원이 “…소설가가 아닙니다.”라고 응수했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
정치 입장을 떠나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걸핏하면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 하는 행위로 빗대어 발언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여 이를 정리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다.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소설 문학을 발전 융성시키는 데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 할 수가 있는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인터넷에서까지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무부 장관의 해명과 함께, “소설 쓰시네”라고 한 것에 대해 소설가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를 요청한다.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 외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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