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판세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쌀값 폭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개혁 드라이브가 이번 선거의 ‘최고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인플레이션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이즈미의 개혁 성향과 유명한 성씨를 내세워 불만이 누적된 도시 유권자들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전략은 자민당의 가장 믿을 만한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농촌 지역 유권자들의 충성도를 시험하고 있다"고 짚었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될 만큼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5월 일본의 이례적인 쌀값 폭등 문제 해결을 위해 농림수산상으로 긴급 투입됐다. 그는 취임 후 불과 두 달 만에 기존 농업 유통망을 우회해 정부 비축미를 직접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농가의 선급금 지급 관행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규모 효율화, 도시 소비자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의 공격적인 개혁은 자민당의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고이즈미를 내세워 개혁 이미지와 신속한 정책 효과를 동시에 노려 도시 표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이즈미 농림상의 개혁은 쌀 5kg 한 포대의 가격을 4300엔에서 3500엔 정도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농촌 지역에서 자민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를 흔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도치기현에서 30헥타르 규모의 쌀농장을 운영하는 이노우에 마리코씨는 “고이즈미는 노골적으로 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농민을 보호하기보다 소비자를 대변하고 있어 왜 농림수산상이라고 부르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수년간 적은 수익으로 고생한 후 최근 쌀값 상승이 신의 선물처럼 느껴졌다”며 “마침내 희망이 보였고, 어쩌면 계속 쌀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고이즈미가 시장에 개입해 우리 발밑의 마법의 탄자를 확 빼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은 극우 성향의 소수 정당인 참정당으로 표를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참정당은 “쌀 농가 전면 지원”을 내걸고 자민당의 취약 지역을 공략 중이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인구 변화에 따라 자민당의 정치적 계산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60년 약 1200만 명(노동시장의 29%)이었던 농업 종사자는 2023년 180만 명(근로 인구의 2.7%)으로 줄었다. 현재 쌀 농사 종사자는 약 55만 명이며 평균 연령은 72세다. 정부는 5년 후 이 수치가 다시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정치학 교수는 “조직화된 표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은 각 정당이 늘어나는 무소속, 비조직 유권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라며 “자민당은 이제 기존 정치에 머물 것인지, 무당파적 접근법으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둘 다 균형을 맞출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30년 만에 여당이 중·참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게 된다. 이는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고이즈미 농림상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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