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지난 5월. 한국GM은 창원시 등 사업장 소재 지방자치단체에 전기·가스·상하수도 요금의 납부유예를 요청했다. 코로나19 탓에 차량 판매가 되지 않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짜낸 고육책이다. 실제 지자체가 납부유예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GM은 조금이나마 숨을 돌리게 됐다. 이 회사는 동시에 팀장 이상 간부급 직원의 임금 20%를 지급 유예하기로 했고 임원은 여기에 10%의 임금을 추가 삭감했다. 한국GM은 지난 6년간 누적 4조7,4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힘겹게 사업을 끌고 나가고 있는 한국GM이 최근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고용부는 지난 15일 한국GM에 부평공장(797명)과 군산공장(148명)에서 일하던 파견 노동자 945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협력업체 소속이던 이들의 근로형태가 불법파견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직접 고용을 명령한 것이다.
한국GM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수년 전만 해도 한국GM의 사내 하도급 근로를 칭찬했던 고용부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고용노동부는 한국GM의 사내 하도급 현황을 조사한 뒤 이 회사를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고용부의 직고용 대상 중에 이미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의 직고용 지시는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고용부는 창원이나 부평 등 다른 공장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한국GM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군산공장에서는 별도의 인사·관리팀이 독립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사업장이 없어진 시점에서 고용명령은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허 카젬 사장은 검찰로부터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다. 고용부가 검찰로 보낸 이 사안을 검찰이 수사·기소하는 과정에서 카젬 사장의 출국을 올 초 금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카젬 사장은 검찰 수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은 적이 없고 성실히 협조했는데 출국금지는 과한 조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가 도주 우려가 있겠느냐”며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본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출장조차 가지 못하게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한국GM 노조는 회사의 적자와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달 초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노조원 80% 이상이 찬성했고 전날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한국GM은 별도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30여건에 시달리고 있다. 도급직 직원 5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원고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비슷한 소송이 ‘릴레이 하듯’ 벌어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도 일감이 많지 않은 한국GM으로서는 파견 직원까지 직고용하라는 압박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정부와 노조가 기업과 힘을 합쳐 싸우는데 한국은 정부·노조가 오히려 내부에서 상처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는 GM이 오는 2028년까지 한국GM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창원공장 투자도 진행 중인 만큼 철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매우 이기주의적 행태”라고 꼬집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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