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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정책
“아범아, 삼성전자·네이버 얼마나 있냐?”...추석때 대주주 양도세 ‘3억 연좌제’ 가족회의 할판

부과기준 10억→3억으로 낮아져

직계존비속·배우자 지분도 합산

자칫 모르고 있다가 낭패 볼수도

"온가족 묶어 과세, 형평성 어긋나"

투자자聯 기재부 앞서 규탄 집회

동학개미 투자자 A씨는 이번 추석 때 가족들과 함께 주식 계좌 상황을 서로 공유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주식에 장기 투자해온 그는 현재 우선주와 보통주를 합쳐 약 2억원 남짓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와 부모님, 심지어 요즘 주식투자에 재미가 들린 대학생 자녀까지 삼성전자를 얼마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자칫 ‘대주주’가 될 수 있다. 고작 몇 억원을 보유한 A씨 가족이 시가총액 350조원짜리 회사인 삼성전자의 대주주라니, 무슨 말 인가 싶지만 현행 소득세법이 그렇다.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원래 비과세지만 세법상 ‘대주주’에 해당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이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의 지분을 합쳐 올해 말 기준으로 종목당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부모님이 만약 삼성전자를 1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A씨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녀까지 ‘대주주’가 돼 주식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는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25일 금융투자 및 세무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을 기준으로 종목당 3억원으로 낮아지는 대주주 양도세 과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법상 대주주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종목당 10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연말 기준으로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 매도차익에 대해 최소 20%, 양도차익이 3억원 이상이면 25%의 양도세를 물게 된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5조원어치를 순매도한 개인투자자들은 올해는 이달 25일까지 59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상황이어서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에 해당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뿐만 아니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의 보유금액을 통틀어 산정하기 해당 범위는 더 넓어진다. 예컨대 할아버지가 삼성전자를 1억원, 아버지가 1억원, 본인이 1억원어치를 보유했다고 가정하면 할아버지·아버지·본인이 모두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가 된다.

대형 증권사의 한 세무사는 “요즘 하루에 5~6건의 대주주 양도세 관련 세금 상담이 들어온다”며 “매년 말이면 양도세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지만 올해 느끼는 투자자들의 우려의 강도는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인당 1억~2억원씩 삼성전자·네이버 등의 우량주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의 주식보유 상황에 따라 대주주 요건에 걸리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추석에는 가족끼리 보유 주식을 공개하고 양도세 회피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자연합회는 이날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정의정 한투연 회장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묶어 과세하는 현행 방식의 양도세 제도는 현대판 ‘연좌제’”라며 “종합부동산세도 인별로 과세하는 마당에 형평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같인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기재부는 아직은 기존의 인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지난 7월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오는 2023년부터 시행되는 전면 양도세 과세 기준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라갔고 공매도 금지 기간이 6개월 추가 연장된 사례 등을 볼 때 정권 차원에서 재고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억 유지하면, 연말에 개인 물량 쏟아질 것"


25일 오전 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앞에서 정의정(왼쪽 세번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를 비롯한 한투연 회원들이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사진제공=한투연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정해지면 대주주의 매도물량이 쏟아지고 하락장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도 두 번이나 ‘주식투자자의 의욕을 꺾지 말라’고 하셨는데 기획재정부가 이걸 추진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좌절시키는 행위입니다. 금융위원장도 반대하고 여당도 반대하고 주식투자자들도 대다수 반대하는데, 기재부가 왜 이걸 강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25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폭락장”이라며 “동학개미가 살린 주식시장을 기재부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투연은 세종시 기재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증권가에선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마다 ‘큰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난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범위가 넓어지면 연말마다 ‘대주주 과세’를 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 역시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달 “대주주 요건 3억원으로 완화하는 것이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는 “올해 동학개미들이 자금이 상당히 유입됐는데, 손실을 입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가 또 생길 것”이라며 “동학개미가 신규 매수 세력으로 거듭나면서 지수를 견인해왔는데, 이들이 떠나게 되면 지긋지긋한 박스피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의도하는 ‘세수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보유 주식 수가 줄어들면 양도소득세를 내는 사람도 얼마 안 되고 거래세 감소도 더 클 것이기 때문에 국고에 오히려 손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어느 나라에서 할아버지부터 배우자, 손자까지 다 합산해서 현대판 ‘연좌제’로 대주주 요건 3억원을 두는 법을 시행하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 변두리 아파트 전세가격이 3억원 정도인데 현재 논리라면 부동산도 직계존비속 합쳐서 보유액이 3억원 이상이면 이를 합산해서 재벌세를 매겨야 하나”라며 “시중 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리니까 기재부가 이를 오히려 부동산으로 돌리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꼬집었다.

/이혜진·심우일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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