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트럭 선구자에서 ‘거짓의 바다’로 이미지가 추락한 미국 기업 니콜라가 ‘디자인사기설’까지 휩싸이면서 더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배터리데이 이후의 혼란이 진정되며 전기차 분야의 선도자 이미지를 조금씩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니콜라가 이 회사 플래그십 트럭 디자인을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구입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 창립자인 트레버 밀턴이 이 차를 지하실에서 직접 디자인했다고 줄곧 얘기해온 것과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논란의 트럭은 ‘니콜라 원’이다. 이 차는 테슬라와 20억달러의 소송이 걸린 제품이기도 한다. 니콜라는 지난 2018년 테슬라 트럭 ‘세미’가 니콜라 원의 디자인을 도용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밀턴은 소장에서 자신이 2013년에 이 차 디자인을 시작했고 이후 채용한 직원들과 작업해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지난주 열린 심리에서 밀턴이 사실은 디자인을 사왔다고 주장했다. FT는 이번 일을 잘 아는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밀턴이 2015년 크로아티아의 전기슈퍼카 업체 리막을 방문했을 당시 이 회사 소속 디자이너인 아드리아노 무드리로부터 디자인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무드리는 과거 졸업작품으로 미래형 트럭을 디자인하고 ‘로드러너’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밀턴이 당시 리막을 방문해 무드리에게 이 트럭의 컴퓨터드로잉과 3D모델링을 수천달러를 주고 샀다는 것이다. 심지어 니콜라는 로드러너를 회사 내부의 프로젝트명으로 오랫동안 사용하기까지 했다고 FT는 전했다.
니콜라는 “업계에서 외부 디자인 라이선싱은 흔한 일이고 실제 니콜라 원의 디자인은 무드리의 작품과 달리 니콜라가 직접 개발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3년 지하실에서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는 밀턴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니콜라의 기업 이미지는 사기기업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테슬라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혹평을 받은 배터리데이의 혼란이 조금씩 잦아드는 모습이다. 소비자들과 투자자들도 미래 배터리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테슬라 자동차의 본질적인 경쟁력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주가도 23일 배터리데이의 충격으로 380.36달러까지 빠졌다가 26일 407.34달러로 올랐다. 9월의 고점이 15일과 21일의 약 49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회복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재빠른 반등이 미국 기술주 전반의 추가 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3.8% 올랐고 아마존과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주요 테크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2%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만일 미국 정치권이 신규 부양책에 합의한다면 이는 기술주 추가 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2조4,000억달러의 새로운 부양 법안을 이번주 추진할 예정인 데 반해 백악관은 최대 1조5,000억달러가량을 제시한 만큼 여전히 격차가 큰 점이 걸림돌이다.
최근 기술기업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은 애플이다. 24일 미 경제매체 CNBC의 간판앵커인 짐 크레이머는 “곧 5G가 온다. 이는 거대한 새로운 사이클”이라며 “애플을 사라”고 말했다. 애플은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를 다음달 13일 공개한다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애플인사이더가 보도한 바 있다. 크레이머는 “애플·아마존·페이스북·넷플릭스·구글(알파벳) 등 ‘FAANG’ 모두 이달 초 주가와 비교하면 두자릿수 하락했다”며 대형기술주의 반등을 예상했다.
/맹준호·김기혁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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