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미국 시장은 우리와는 또 다른 환경이지요. 이미 투자 고수들도 많이 있지만 이제 시작했거나 미국 경제를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이 보면 유념해야 할 것 7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이는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이 꼽은 것인데요. 그는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하는 7가지”라고 설명합니다. 이것대로 투자하면 다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챙겨볼 만한 것들입니다.
먼저 내용부터 전해드리면,
① 금리
② 재정부양책
③ 인플레이션
④ 연방준비제도
⑤ 자동화된 투자
⑥ 인구통계학
⑦ 불평등
① 금리
금리는 투자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금리가 오르냐 내리느냐에 따라 돈의 흐름이 달라지는데요.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저금리였던 때가 없다는 겁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도 중요한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전에 올릴지 혹은 그 뒤로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제로금리 수준이 계속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투자의 한 축인 채권 역시 지금처럼 금리가 낮았을 때가 없었죠.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하느냐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② 재정부양책
재정부양책은 말 그대로 경기를 띄우는데 쓰입니다. 정부 돈을 풀어서 경기가 더 하강하는 것을 막고 빠른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인데요.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도 수조달러를 풀어 소매판매를 늘리고 실업률 하락에 도움을 줬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인데요. 지금도 추가 경기부양책이 늦어지면서 미국 증시가 계속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규모 추가 부양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는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걱정하는 부분이지요.
또 하나의 걱정 사안은 연방정부 빚이 계속 늘면서 다음 위기에도 이 정도 수준의 부양책을 쓸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곳간은 한 번 열기 시작하면 다음 정치인들도 경제가 조금 어렵다 싶으면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지요. 어쨌든 미국의 부양책과 그에 따른 정부부채는 관심 있게 봐둬야 합니다. 벤 칼슨은 이번에 미국 정부가 미국민들에게 현금지급을 한 것을 두고 “기본소득의 첫 발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한다고 합니다.
③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투자자들의 관심 있게 봐야 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지요. 당장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에는 채권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돈을 빌린 사람 입장에서는 물가가 계속 오르면 상대적으로 빚부담이 줄어듭니다. 채권 소유주들은 그 반대겠지요.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더 무서울 겁니다.
물론 주식 투자는 인플레이션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높은 물가상승률이 계속되면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연준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물가안정이지요. 지금은 2% 수준을 넘어서도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쨌든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지속하면 금리인상에 나서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의 자금이 채권이나 예금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고요. 현재 미국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늘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④ 연준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인 연준의 행동은 월가에서도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코로나19를 맞아 무제한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회사채 매입 같은 대규모 유동성 지원책을 폈죠. 연준의 발 빠른 대응에 공황을 피해갈 수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통화정책의 시기는 지나 재정정책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연준의 움직임은 반드시 챙겨봐야 합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도 연준과 관계돼 있지요.
월가에서는 “연준에 맞서지 마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연준이 지원책을 펼 때는 증시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한때 흔들리던 기술주도 거품론에 시달리던 증시도 어쨌듯 꿋꿋이 버티고 있는데요(몇 년 뒤에 붕괴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파월 의장의 발언 등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중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단어 하나, 문구 하나가 변하느냐 아니냐가 향후 정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를 의미할 정도로 세심하게 봐야 합니다. 수수께끼와도 같은데 이를 잘 읽는 이들이 좋은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입니다.
⑤ 자동화된 투자
월가에서는 개미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로빈후드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 증시에 진입하는 개인 투자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펀더멘털이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기 때문에 특정 종목의 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이것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뮤추얼펀드, 옵션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인덱스펀드처럼 지수를 추종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꺼이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특히 과거에는 개미들이 주가하락이 시작되면 당황하고 투매를 한다는 게 정석이었지만 이제는 정보도 많아진데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죠. 이는 증시 투자환경이 그만큼 변했다는 뜻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의 프로그램 매매도 증시를 좌우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⑥ 인구통계학
고령화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2030년대 초반까지 65세 이상이 됩니다. 의학 발전에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게 되는데요.
미국 대선의 핵심 승부요소 가운데 하나가 증시라고 합니다. 이는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인 401k 때문입니다. 증시가 올라야 내 연금도 많아지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고령화 사회로 가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금리도 낮아집니다. 거꾸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해 노령인구가 많아지면 연금운용 기관이 연금지급을 위해 주식을 많이 내다 팔아야 해서 증시에 부담이 갈 수도 있습니다. 투자환경에 구조적인 변화가 온다는 뜻이지요.
⑦ 불평등
불평등 부분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미국은 상위 10%가 부의 70%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개인 가구가 보유한 주식의 90% 가까이를 갖고 있습니다.
벤 칼슨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대다수의 주식은 한 번에 팔지 않아도 되는 부유한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미국에서는 많은 주식을 돈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유심하게 봐야 하지만 부자들의 동향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부자들은 갖고 있는 자산이 많고 경기침체에도 회복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반면 유동성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그렇지 못하죠. 이 부분 역시 미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게 벤 칼슨의 생각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