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명신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6개월 만에 자금을 전액 회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Byton)의 경영난으로 회사의 지분투자 계획과 생산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이를 토대로 짜여진 군산 전기차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군산형 일자리 창출사업도 추진력을 잃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명신은 이달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와 신영증권에 투자금 33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투자유치에 성공한 지 6개월 만이다. 명신은 현대차 사장과 현대증권 회장을 지낸 이양섭 회장이 창업한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엠에스오토텍(123040)의 계열회사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3월 재무적투자자(FI)는 공동으로 조성한 ‘우리신영그로쓰캡제일호사모투자’ 펀드를 통해 명신이 발행하는 3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투자한 바 있다. 해당 CB의 만기는 오는 2025년 3월이었고 2022년부터는 주식전환 요청도 가능했다.
당초 명신은 이 자금으로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회사는 바이톤과 첫 양산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엠바이트(M-BYTE)의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이를 토대로 한국GM 군산공장을 사들여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었다. 첫 주문물량은 연산 5만대 규모였다. 명신은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바이톤의 주요 주주로 참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바이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분투자는 물론 명신의 전기차 생산까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바이톤은 주요 도시 사무소를 폐쇄하고 미국과 독일 법인은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바이톤 발주물량에 맞춰 진행하던 군산의 전기차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군산형 일자리 창출사업도 빨간불이 켜졌다.
바이톤의 경영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6개월 만이다. 만기보장 수익률은 연 4.1%를 약속했지만 조기상환 계약조건에 따라 명신은 이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PE 측이 자금을 거둬가면서 명신은 새로운 FI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신규 위탁생산물량 확보가 선행돼야 설비투자(CAPAX)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톤에 기댈 수 없게 된 명신은 새로운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명신이 최근 생산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한 전기차 벤처업체로 파악됐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계열사 명신산업이 미국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로 올라서자 명신도 중국 대신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현지에서 공급물량을 확보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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