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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한국 판타지 만화 대가 양경일 작가 "동서양 사로잡은 판타지웹툰...'무한한 상상력'이 비결이죠"

학창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

1993년 '소마신화전기'로 데뷔후

'신암행어사'로 한일 양국서 성공

5년전부터 웹툰 시장에도 도전장

넷플릭스 '킹덤' 원작자로 주목받아

신작 '칼집의 아이'로 中시장 공략

동남아 넘어 북미지역도 진출예정

글로벌서 통하는 세계관으로 승부





“만화가는 기분 좋은 상상을 그려내는 멋진 직업입니다.”

한국형 좀비물인 K좀비의 정점을 보여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조선 시대와 좀비라는 대담한 상상력을 담은 독특한 세계관으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현대적 소재인 좀비가 조선을 휩쓴다는 설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현재와 맞물리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것이다.

그야말로 창의적인 판타지가 가능했던 것은 ‘킹덤’의 원작이 웹툰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그널’과 ‘싸인’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국내 최고 작화 실력을 자랑하는 양경일 만화가가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은 ‘버닝헬: 신의 나라’가 그 원작이다. 특히 ‘신의 나라’는 양 작가 특유의 작화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수묵화 같은 양 작가의 터치가 동양적 판타지의 몽환적 분위기를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등 일본 만화가 휩쓸던 지난 1993년 주간 만화 잡지인 ‘소년 챔프’에 ‘소마신화전기’로 데뷔한 그는 이후 ‘아일랜드’ ‘좀비헌터’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8년 일본에 진출해 발표한 작품인 ‘신암행어사’가 현지에서 극장판으로 제작될 정도로 평가를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일본 대표 만화가이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슬램덩크’와 ‘배가본드’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대단한 필력이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당신의 무의미한 선입견을 사라질 것”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27년 가까이 한국형 판타지의 대가로 불리며 어느덧 만화계의 ‘어른’이 됐지만 최근 신작 ‘칼집의 아이’로 다시 전성기를 맞은 양 작가를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 문을 열자 올해 50세의 나이와 오랜 경력에 비해 상당히 앳된 얼굴의 양 작가와 그를 따라 나온 고양이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일반 아파트에 마련된 그의 작업실에는 고양이는 물론 강아지 3마리도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 안방으로 추방된 강아지들과 달리 작업실이 마련된 거실에 함께 있던 고양이를 보며 양 작가는 “집 근처에서 계속 따라오던 고양이인데 마침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을 보고 집에 데려와 연락을 해봤지만 이미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미 집에 데려왔는데 다시 밖으로 보낼 수도 없고 당시 부상도 심했던 상태라 병원 치료를 해주며 보호하다 보니 결국 한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선 굵고 대담한 액션 신으로 유명한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작업실은 여러 대의 컴퓨터와 대형 태블릿(디지털 그림판)이 갖춰져 있었다. 여느 웹툰 작가의 작업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웹툰을 실질적으로 시작한 지 5년 정도 된 것 같다”며 “일본에서의 작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일본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이전에는 지하철에서 만화책을 많이 보던 일본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것을 보고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만화 산업이 웹툰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읽어낸 것처럼 실제로 한국 웹툰의 시장 규모는 2015년 4,200억원, 2018년 8,800억원까지 성장했고 올해는 약 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웹툰은 웹이 아닌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그는 이후 웹툰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다. 양 작가는 “웹툰은 흑백인 출판 만화와 달리 기본적으로 컬러이고, 책을 넘기는 출판 만화와 달리 스크롤을 통해 만화를 보기 때문에 연출 방식도 다르다”며 “작품이 완성되면 원고를 DHL로 보내던 시대에 머물지 않기 위해 웹툰을 공부했다”고 전했다.

종이 만화로 단련된 필력을 웹툰으로 옮기기 위한 노력은 결실을 봤다. 특유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이 화려한 색감을 입고 다시 독자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현재 카카오(035720)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신작 웹툰 ‘칼집의 아이’는 무협 웹툰 분위기에 다양한 종족들이나 괴물이 등장해 그의 전매특허인 동양적 판타지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이달 23일 기준 ‘칼집의 아이’는 누적 열람자 수 67만3,193명, 누적 조회 수 5,430만3,649건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작품은 이미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앞으로 태국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미 지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양 작가의 일본 진출이 많은 후배 작가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처럼 ‘칼집의 아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도 웹툰 작가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양 작가는 ‘칼집의 아이’ 인기 비결에 대해 “누가 봐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고려하면서 작업을 한다”며 “동양 판타지이지만 유럽에서도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는 동양의 판타지를 신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며 “실제 ‘칼집의 아이’ 중후반에 유럽에서 넘어온 세력이 등장하는 등 단순 무협 세계관이 아닌 글로벌에서 통하는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작가만의 흥행 코드인 판타지적 세계관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그에게서 “무한한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창작 영역에 가까운 판타지 장르에서 필수인 상상력은 어렸을 때 봤던 영화나 책이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낙서를 좋아했고, 유년 시절 인기 있던 유명 만화가나 ‘600만불 사나이’ 등 해외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를 그리며 그림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영화 ‘천녀유혼’에 나오는 당대 스타였던 왕조현을 그려 같은 반 친구들에게 팔기도 하는 등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군대를 다녀온 후 한 달에 3만원을 받고 문하생 생활을 하다 24세가 되던 해 12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을 완성해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최근 드라마화가 결정된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당시 ‘아일랜드’를 작업할 때 좋아했던 배우인 소지섭과 한예슬을 모델 삼아 캐릭터 이미지를 그려 나갔다”며 “무협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주윤발과 임청하가 내 작품 캐릭터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그리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했다.

출판 만화 시절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앞으로의 한국 만화 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확신했다. 양 작가는 “한국에는 수많은 재능이 뛰어난 창작가들이 있고 그 재능을 표출할 공간인 웹툰이라는 플랫폼이 이를 더욱 극대화시켜 줄 것”이라며 “이 같은 재능은 한국의 웹툰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하는 장르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장르에 매진했습니다. 그 장르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오랜 기간 작가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도 자신이 제일 잘하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오랜 기간 이 일을 함께해나가기 바랍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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